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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길 명품 길] 강지원 변호사의 서울 종로 세종마을

입력 | 2012-03-16 03:00:00

“한옥은 하나의 예술품, 그 사이를 걷는 맛이란…”




《 아기자기한 사연을 품고 있는 길이 수도권 곳곳에 숨어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동네 길에서 재미난 이야기나 먹을거리 볼거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네 길 명품 길’과 함께 이 길을 걸어 보자. 가족과 함께 산책하기 좋거나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길들을 소개한다. 》

푸르메재단 공동대표 강지원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인근 세종마을의 한 한옥 앞에서 서촌이 세종마을로 불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봄 치고는 제법 쌀쌀한 바람이 한옥 처마 사이로 불어왔다. 한옥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골목 곳곳에는 작은 규모의 갤러리들이 숨어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니 한참 동안 서서 작품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허름한 골목길을 헤매며 이곳과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빈티지 카페나 갤러리를 찾아낼 때의 기쁨은 경험자만 알 수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파스타를 먹을 수 있는 내 단골집도 이 동네에 있다니깐.”

곁에서 함께 걷던 강지원 변호사가 말을 건넸다. 푸르메재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강 변호사는 최근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20년 가까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살았던 동네 토박이다. 당시 그가 살았던 집은 지금 삼청동에서 유명한 중식당으로 변했다. 이후 강남과 경기도 전셋집을 거쳐 그는 지난해 1월 북촌 한옥마을로 이사 왔다.

“가만 보면 한옥은 하나의 작품이야. 공예품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멋이 있어.”

14일 오후 경복궁 서쪽에 위치한 종로구 통의동과 체부동 창성동 일대 세종마을을 산책하는 내내 강 변호사는 한옥예찬론을 폈다. 그는 자신이 사는 동네 대신 종종 이곳 세종마을을 찾아 그림을 감상하거나 차를 마시곤 한다. 북촌마을은 왕족이나 궁궐을 출입하던 고관대작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 큼직한 한옥집이 줄지어 있지만 이곳 세종마을은 중인과 일반 서민이 많이 살아 비교적 작은 규모의 한옥 60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화문 서쪽으로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걷다 통의파출소 옆에 있는 대림미술관 쪽으로 들어서니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미로처럼 펼쳐져 있었다. 통의동 한옥마을을 벗어나 정부중앙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이르자 허름한 간판을 달고 있는 보안여관이 보였다. 8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아쉽게도 2006년 문을 닫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젊은 시인과 작가, 예술인들이 서울에 자리를 잡기 전 오래 머물던 곳이었다는 후문이다.

자하문로 쪽으로 이어진 자하문로9길은 북카페와 헌책방, 갤러리가 새로 생겨나면서 젊은이들의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손님을 반긴다. 주먹밥 같은 소박한 메뉴부터 샌드위치까지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메뉴가 많다. 대신 통인동 한옥마을 안쪽에는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몇 곳 있다.

종로구는 이곳 일대를 세종마을로 이름 지으려 한다. 최근 서촌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풍수지리상 좋은 곳이 아니어서 서쪽에 사회적 지위가 천한 사람들이 살았다는 이미지 대신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세종대왕은 1397년에 한성부 준수방(지금의 통인동)에서 태어나 생가 터는 남아 있지 않고 통인동 길가에 ‘세종대왕 나신 곳’을 알리는 표지석만 남아 있다.

푸르메재단은 인근 신교동에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를 세워 올해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강 변호사는 “종로구에 장애인복지관이 한 곳도 없어 재단이 건축비를 만들어 건립한 후 종로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은 거버넌스 사례”라며 “인근에 국립맹학교와 농학교가 있어 장애 재활을 돕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