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어제 전화통화에서 “정부 농업보조금이 일부 농민에게 집중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진짜 농민은 너무 바빠 관청에 갈 시간도 없는 반면 관청에 들락거리는 ‘소수 특권층’이 주로 보조금을 타먹는다는 의견이다. 2004년부터 8년 가까이 도지사로서 농정 일선에서 겪은 경험담인지라 생생하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박 지사는 “현장 조사를 거쳐 보조금 제도 개선안을 만들면 보조금을 계속 타먹던 농어민이 반발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달 민주통합당에 공문을 보내 박 지사를 민주당에서 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지사는 농로 배수로 저수시설처럼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시설을 만들 경우에만 보조금을 주고 개별 농민 지원은 장기 저리 융자로 바꿔갈 방침이다. 낮은 이자라도 물게 되면 농민이 돈을 계획 없이 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무상 보조금은 줄이고 저리 융자 자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농사 대신 도로 점거 등 시위에 나서면서 정부에 보조금을 요구하는 일부 농민의 ‘아스팔트 농업’과 결별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