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km/h, 100km/h, 120km/h, 140km/h, 150km/h…. 속도계 바늘이 서서히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어느 순간 200km/h를 넘어섰지만 가속페달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하자 함께 달리던 대형 세단이 순식간에 뒤로 사라졌다. 차는 고속에서도 제어력을 충분히 발휘해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았다. 전혀 잘 달릴 것 같지 않았던 메르세데스 벤츠의 콤팩트 SUV(Sports Utility Vehicle) ‘GLK 220 CDI 4MATIC Blue EEFICIENCY’의 실제 주행성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온·오프로드 가리지 않고 잘 달려
GLK 220의 근본이 오프로더라는 점에서 이런 주행성능은 더욱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이번 시승에서 오프로드를 경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성능 표시를 보면 상시 사륜구동에 201mm의 최저 지상고와 짧은 오버행을 갖춰 경사로 주파 각도가 19˚에 이른다. 특히 노면 상황에 따라 최대 등판 각도가 70%를 이뤄 어지간한 경사로는 쉽게 오를 수 있다. 300mm 깊이의 물을 건널 수 있으며, 앞뒤 차축의 구동력을 45대 55로 4바퀴에 고루 배분해 눈길이나 험로도 두렵지 않다.
#군용차처럼 생긴 개성적인 디자인
시승을 위해 만난 GLK 220 프리미엄 모델의 첫인상은 각이 잡힌 군용차 같았다. 간결한 직선과 수평면이 만나 곳곳에서 각을 이뤄 둥근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외관은 군더더기 없는 단단한 근육질을 연상시켰다. 공기 저항을 줄이려고 차체를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는 요즘 트렌드와 정반대로 앞 유리를 바짝 세우고 뒤 유리도 거의 직각으로 떨어뜨려 멀리서 봐도 단번에 GLK임을 알아볼 수 있다. 그 덕에 운전석 시야가 탁 트여 시원했다.
진입로를 지나 직선로에 접어들자 속도를 높였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확하고 빠른 가속이 이뤄졌다. SUV의 경우 제로백(0→100km/h)은 큰 의미가 없지만, 이 차는 8.8초로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약 300km를 시승하면서 가속이 더뎌 답답하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주행 중 진동이나 소음도 크지 않았다. 프리미엄급 디젤 차량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150km/h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도 소음이나 진동은 100km/h 이하 중·저속 영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벤츠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안전성이다. 특히 GLK 220의 어댑티브(Adaptive) 브레이크 시스템은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 위험을 감지해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에 급격한 힘이 가해질 경우 시스템이 스스로 비상 제동 상황임을 감지해 즉시 최대 제동력을 발휘한다. 또한 언덕길을 만나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빗길이나 눈길 등 젖은 도로를 달릴 때는 알아서 브레이크 건조기능을 작동시킨다. 이 밖에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해 운전자를 보호하는 고강도 차체와 6개의 에어백, 목을 보호하는 넥 프로(Neck-Pro) 헤드레스트, 코너링라이트 등을 갖췄다.전동식 파노라마 선루프와 티펙(TPEG) 기능을 추가한 3차원(3D) 내비게이션, 한국형 기능을 갖춘 고해상도 7인치 모니터, 트렁크 자동 닫힘 장치, 후방카메라 등 편의사양도 다양하다.
사진=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