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녀 막말남 관련 동영상들을 보다 새삼 느끼는 것은 우리 주변에 카메라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 결과물을 유통하는 게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가 됐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 명이 넘는 시대인지라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폐쇄회로(CC)TV라고 봐야 한다. 방범용 CCTV 설치 확대를 둘러싸고 사생활 침해다 아니다 말이 많았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기술은 계속 발전할 거고, 카메라는 점점 더 작아지면서 담을 수 있는 영상이나 음성은 보다 선명해질 터다.
▷험악한 싸움이나 교통사고 현장 근처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기에는 아무래도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지만, 안경에 간단히 부착해 내용을 휴대전화기로 전송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가 보급된다면? 이미 안경 모양 캠코더는 인터넷으로 쉽게 주문할 수 있고, 영화 ‘미션 임파서블 4’에는 아예 콘택트렌즈처럼 눈에 끼우는 카메라가 등장한다. 이 카메라를 스티커처럼 방 천장이나 가구에 붙일 수 있다면? 안 그래도 인터넷에 넘쳐나는 ‘몰카’ 포르노 제작에 신세기가 열리리라.
▷시민의식이 성숙해지는 속도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면 법 규제에 호소해야 하나? 수영장에서는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못하게 한다? 사진 촬영 때 일정 음량 이상의 ‘찰칵’ 소리가 나게 하듯 동영상 촬영 때에도 기계가 주변에 신호를 발산하도록 제조업체에 의무를 지운다? 몰카 동영상은 제작자뿐 아니라 유포자도 엄벌에 처한다? 이런 규제들은 시행하면 당장 내가 불편해질 것 같고 부작용도 상당할 듯한데 그 효과는 장담 못하겠다.
▷몰래카메라 탐지기는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공연장에서 아이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걸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이런 아이디어들도 사생활 보호에서 실효가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독재 고발을 막는 데 악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라리 포토샵으로 사진을 고치듯 동영상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는 게 어떨까 싶다. 그러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낯 뜨거운 동영상들에 대해 “에이, 저거 합성 아냐?”라며 외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강명 편집국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