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불나도… 원전 정전돼도… 보고 없는 ‘먹통 한국’과장→실국장 ‘즉시보고’ 어겨… 장관도 하루 뒤에야 알아
정전 사고가 나고도 보고 누락으로 한 달여간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블랙아웃’을 몰랐던 한국수력원자력에 이어 발전소 주무부처인 지경부조차 ‘매뉴얼 경시’로 보고체계가 먹통이 된 셈이다.
지경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 당시 전력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장관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은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담당 과장이 실국장(에너지자원실장 및 에너지산업정책관)에게 곧바로 보고하지 않은 것은 매뉴얼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담당 과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었고 오전 1시경만 해도 중부발전으로부터 불길이 잡혔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굳이 새벽에 실국장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뉴얼보다 주관적 판단을 앞세운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지 2시간 40분이 지난 16일 오전 1시 10분쯤에야 담당 과장이 화재 사실을 인지한 것도 문제다. 지경부는 15일 오후 10시 반 화재가 나고 10분 뒤에 전력거래소와 중부발전으로부터 ‘발전기 고장 정지’ 보고만 받았을 뿐 화재발생 사실은 통보받지 못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불을 끄는 게 우선이다 보니 주무부처인 지경부에 대한 상황보고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