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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자본주의 2012버전

입력 | 2012-03-20 03:00:00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대기자는 최근 대기업과 정부의 서사적 경쟁을 다룬 ‘파워 주식회사’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로스코프는 20세기의 많은 기간에 세계무대에서 벌어진 큰 투쟁이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이었다면 21세기의 큰 투쟁은 어느 버전의 자본주의가 승리할지에 관한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은 어느 버전이 성장에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많이 모방될 것인가라는 문제다. “중국 특징을 가진 베이징 자본주의? 인도와 브라질의 민주적 발전 자본주의? 싱가포르와 이스라엘의 기업적 소국(小國) 자본주의? 유럽의 안전망 자본주의? 그렇지 않으면 미국식 자본주의?” 어느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은 ‘오늘날 미국식 자본주의는 무엇이고, 무엇이 21세기에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번영을 가능케 할 것인가?’라는 또 다른 의문을 떠오르게 한다.

필자가 공감하는 로스코프의 관점은 다른 국가들이 가장 존경하고 모방하려 애썼던 미국식 자본주의가 바로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 왔던 것이라는 대목이다. 200년 이상 미국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은 건전하고 균형 잡힌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이었다. 정부는 민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기구, 교육, 연구, 공공기반시설 등을 제공해 왔다. 민간 부문이 혁신하고 투자하며, 고용과 성장을 추구할 때 발생할 위험을 감당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민간 분야가 공공 분야를 압도했을 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위기를 맞았다. 공공 분야가 민간 분야를 압도했을 때는 숨 막히는 규제가 만연했다. 로스코프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관 분야가 균형을 이뤘을 때 자본주의가 가장 번영했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라며 “균형에 실패하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상적인 2012년 선거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이번 세기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대타협을 두고 서로 다투는 보수와 진보의 새로운 (자본주의)버전들이 대중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세제 개혁을 통해 1달러씩 단계적으로 세수를 늘려 장기적인 구조적 적자를 개선하는 대타협이 첫 번째다. 공화당이 세금 증가는 있을 수 없다는 시각을 고수한다면 우리는 꼼짝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안전망이나 재정긴축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데, 지속가능한 균형을 위해서는 둘 다 필요하다. 세대 간의 대타협도 필요할 것이다. 양로원과 유치원에 대한 정부 지출의 적절한 균형도 필요한 것이다.

환경단체와 석유·가스 기업 간의 대타협과 공공기반시설 부문에서의 대타협도 필요하다. 미국 정부는 다리, 도로, 공항, 항구의 건설과 운영으로 2조 달러 이상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지만 갚을 돈이 없다. 따라서 공공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를 촉발시키기 위해 정부가 민간 분야와 파트너가 될 수 있게 해주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치료와 예방 사이에 자원을 잘 배분하는 대타협도 필요하다. 고용주와 근로자, 정부 간의 합의도 필요하다. 정부는 고용주가 채용과 훈련, 재교육을 지속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정치 체제는 기업처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보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미국이 어떻게 발전하고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미국의 버전이 계속 번영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로스코프는 “우리가 정치를 싸구려 연극을 공연하는 리얼리티 쇼로 계속 다룬다면 지금도 계속 쓰이고 있는 자본주의 이야기의 다음 장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