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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 노트]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꼰대’가 되지 않는 법

입력 | 2012-03-20 03:00:00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3월 18일 일요일, 쌀쌀함. 인트로

나는 싱글이다. ‘지난 5, 6년간 누구보다 대중음악 공연장을 자주 찾았다’는 자부 뒤에 ‘이게 다 싱글이기 때문’이라는 씁쓸한 분석도 있다. 그래서 이건 ‘싱글 노트’다. ‘섹스 앤드 더 시티’보다 감각적이거나 ‘뱀파이어 다이어리’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해도 어쨌든 자극적이거나 감각적인 음악들의 얘기다. 싱글 노트는 음악 용어로는 화음이 아닌 단음을 가리킨다. 북적이는 주말 공연장에서, 이어폰을 끼고 올라 탄 출근 길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다 졸고 웃다가 몸을 배배 꼬는 스토리다. 홍익대 앞, 청담동, 올림픽공원…. 무대는 여러 곳. 1968년생 싱어송라이터 윤영배와 1988년생 빅뱅 멤버 동영배(태양)의 사이에 서서, ‘58년 개띠’ 마돈나부터 1998년 범띠 케이팝 아이돌까지를 바라본다. 벌써 눈이 아파온다.

싱글에 의한, 싱글이나 다시 싱글을 꿈꾸는 ‘유부’들을 위한, 임 기자의 일기를 훔쳐봐도 좋다.

3월 19일 월요일, 맑음. 트랙 #1=꼰대가 되지 않는 법


지난주 서울 상암동에서 송창의 CJ E&M 방송부문 프로그램개발센터장을 만났다. 5년 반 전이 떠올랐다. 2006년 9월 케이블 채널 개국을 준비하던 그는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2차’로 홍대 앞에 가자고 했다. 올라탄 그의 승용차에서 그해 한창 떠오르던, 영국 록밴드 악틱멍키스의 데뷔 CD를 봤다. 송 센터장은 1953년생이다. “설마 이거, 들으시는 거냐?”고 했더니 “장식용은 아니다. 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주말, 빌보드 앨범 차트가 ‘엎어졌다’. 그래미상을 6개나 가져간 23세 아델을 2등으로 끌어내리고 1위에 오른 건 1949년생, 62세의 노장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사진)의 무려 열일곱 번째 정규 앨범 ‘레킹 볼(Wrecking Ball)’이었다. 어떤 해외 매체에서는 스프링스틴의 이 앨범을 ‘그가 발표한, 가장 분노에 찬 앨범(His angriest album yet)’이라고 했다. ‘레킹 볼’은 공사장에서 건물 철거용으로 쓰는 거대한 금속 공이다.

송 센터장은 그때 홍대 앞 LP 음악 바에서 맥주병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음악 좋던 시절은 옛날에 끝났다고 선언하는 순간 ‘꼰대’가 돼요.” 맥주 한 모금을 넘긴 그가 신청한 곡은 이번엔 최신 밴드의 것이 아니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2005년에 나온, 당시로서는 신곡이었다.

나이를 막론하고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49년생 스프링스틴과 53년생 송 센터장한테 조금 배웠다.

오늘도 반성해야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