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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객을 찾아가는 ‘디어 한나’는 2009년 국내 관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 영화 ‘똥파리’와 닮았다. 보기에 조금 불편하지만 극장을 나올 즈음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세상과 자신을 향한 끓어오르는 분노로 가득 찬 남자 조지프(피터 뮬란). 그는 홧김에 가장 아끼던 개를 발로 차 죽게 할 만큼 거친 삶을 살아간다. 누구 하나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위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쫓겨 한 가게로 들어선다. 이 가게의 점원 한나(올리비아 콜먼)는 온화한 미소로 그를 반긴다. 온화한 미소에 폭언으로 답한 조지프는 한나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다시 가게를 찾는다. 구제받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그의 마음의 문도 조금씩 열린다.
중년배우 뮬란과 콜먼의 연기가 볼만하다. 특히 중산층 가정주부의 안정된 이미지 뒤에 감춰진 어두운 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콜먼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성실한 이미지 속에 광기를 감춘 두 얼굴을 보여준 한나의 남편 역 에디 마산도 눈여겨볼 만하다.
켄 로치, 마이크 리 등을 잇는 영국 차세대 대표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 패디 컨시딘 감독이 연출했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을 차지했고 올해 영국아카데미와 독립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았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