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관행에 비춰보면 이들의 출석 거부가 이상할 건 없다. 판검사가 피고소인이나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된 전례는 거의 없다. 정확히 말하면 경찰이 판검사를 소환할 정도로 수사의 진도가 나간 적이 없다. 법조인이 연루된 사건은 검찰이 송치명령을 해왔다. 경찰이 사건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가로채가는 것이다. 경찰이 판검사의 비리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를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려고 하면 검찰과 법원이 경찰의 요청을 기각하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이 때문에 경찰은 판검사가 연루된 사건은 애당초 수사를 단념하기 일쑤였다.
경찰의 소환요청을 만만하게 보는 건 전직 판검사들도 마찬가지다. 2003년 법조비리 수사 때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대부분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전관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만 꼬박꼬박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검사 출신은 ‘경찰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해도 검찰이 깔아뭉갤 것’이라 판단했고, 판사 출신은 ‘체포영장이 청구돼도 법원이 발부 안 할 것’이란 계산을 했을 법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판검사들은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는 셈이다.
기자는 지난해 ‘도가니’ 사태를 취재하면서 박 검사와 몇 차례 통화했다. 아동 성폭력 전문 검사인 그는 당시 재판부가 장애인 성폭력에 얼마나 둔감한지, 성폭행 피해 아동들의 절규가 얼마나 외면 받는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는 “정의로운 처벌이 피해자 치유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때의 당당함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박 검사에게 묻고 싶다. 법집행 기관을 우습게 보는 김 판사 역시 법정에서 무슨 낯으로 법과 원칙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