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배 사장 올초 취임하며 예술단 예산 25% 삭감… 공연일정 변경 등 마찰“측근 아니면 눈 안마주쳐 의사소통 완전히 막혀”
갈등의 발단은 박 사장이 각 예술단의 예산을 25%씩 삭감해 올해 계획됐던 공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부터. 세종문화회관 산하에는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합창단, 뮤지컬단, 극단, 오페라단, 유스오케스트라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국악관현악단 등 9개 예술단이 있다.
뮤지컬단은 상반기 ‘벌거벗은 임금님’과 하반기 오페라 ‘투란도트’를 각색한 ‘투란도’를 계획했으나 예산이 깎이면서 갑자기 “두 작품 중 하나만 하고 나머지 예산은 작은 공연 위주로 꾸미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김 전 단장은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작품 하려고 뮤지컬단과 많은 단원을 유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투자를 받아보겠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그래서 하반기 예산을 미리 끌어 쓰려고 했지만 세종문화회관 측이 공연을 못 하는 데 책임을 지라고 얘기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박 사장이 예산을 삭감한 까닭은 취임 때 언급한 서울시 산하 자치구 공연장과의 연계공연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수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장은 “박 사장이 취임했을 때 이미 올해 사업계획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예술단에서 일부 예산을 거둬들여 연계사업에 쓰려 한 것이다. 사장과 예술단지원팀 간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개별 단장들과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예술단 단장들도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사태를 키운 주 요인으로 지적했다. 김 전 뮤지컬단장은 “박 사장은 취임식에서 소통을 강조해놓곤 정작 두 달 넘게 단장들과 만나지 않았다. 회의 때 단장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사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게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 전 오페라단장도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단장들과 전혀 만나주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극단 연우무대를 거쳐 마당극 중심의 극단 ‘현장’을 창단해 운영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