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주간동아팀장
그의 아름다운 은퇴가 빛을 발할수록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윤대 KB국민지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그들이다. 금융권에선 이들이 김 회장처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한다. 그러나 올 12월 대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 이들은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어떤 기업이든 CEO의 유고는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더욱이 정권의 향배에 따라 금융권의 지배구조 문제가 계속 논란거리가 된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11개월 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불확실성이 확실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 금융의 이런 후진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의 책임이 크다.
물론 이들이 경륜과 실력을 바탕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들로서도 억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없지 않을 것이다. 어윤대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30여 년간 금융을 연구해 오고 금융회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한, 준비된 CEO”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데서도 그런 심정의 일단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4대 천왕’이란 말이 그저 호사가들의 입방아 끝에 나온 말이라고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윤대 씨는 감독당국이 K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다른 사람을 먼지떨이 식 ‘표적 검사’를 통해 몰아낸 끝에 회장에 선임됐다. 이팔성 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할 때부터 측근이었고, 강만수 씨는 이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 출신이다.
세 사람은 모두 다음 정권에서 임기가 끝난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까지이고, 이 회장과 강 회장은 각각 2014년 3월, 2014년 4월에 임기가 끝난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은 실질적으로 정부가 대주주인 만큼 정권교체 때마다 수장을 바꿨다. 두 지주사 내부에서도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이 회장과 강 회장은 이명박 정권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어 회장은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의욕을 보인다지만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KB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그의 핵심 측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오히려 어 회장이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신변을 정리해 주면 어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4개월 후에 새 회장을 뽑는 임시주총을 다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윤영호 주간동아팀장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