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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벌써 마감시간? ‘신문 만들기’ 숨이 꼴딱꼴딱

입력 | 2012-03-22 03:00:00

■ 킨텍스 교육기부 박람회서 고교생 5명 좌충우돌 기자체험




신문제작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일일기자로서 교육기부 박람회장을 돌아다녔다. 박람회 관객을 인터뷰하고(위) 기사를 쓴 뒤(가운데) 사진을 배치하고 제목을 쓰는(아래) 과정을 직접 하면서 신문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고양=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기자에게 마감시간은 생명입니다. 기사 쓸 시간을 생각하면 오늘 취재는 1시간 안에 꼭 끝내야 해요.”

미디어교육 강사 이종훈 씨(50)의 말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취재수첩과 필기구를 챙겨 행사장으로 흩어졌다. 취재와 기사 작성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걱정 반 기대 반의 표정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으로 서울 강남구 중산고 학생들이 기자체험을 하는 날이었다. 이 학교 교지편집반의 2학년 학생 5명은 16일 경기 고양시의 킨텍스에서 시작된 ‘교육기부 박람회’ 현장을 취재해 1면짜리 신문을 만들기로 했다.

○ 프레스카드 목에 걸고…

학생들은 기자임을 나타내는 프레스(PRESS)카드를 목에 걸고 3개 팀으로 나눠 돌아다녔다. 2명은 대학이 설치한 부스를, 다른 2명은 기업이 설치한 부스를 맡았다. 나머지 1명은 관람객을 만나 다양한 반응을 듣기로 했다.

박람회에는 대학 및 연구소 21곳이 참여했다. 대학 부스 취재팀은 이곳저곳을 서성거렸지만 뭘 해야 할지 막막해했다. 이들은 한참 고민하다가 컴퓨터 음악을 가르쳐 주는 전문대 부스를 찾아갔다. 고교생에게 낯선 분야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이상수 박진우 군은 교수가 설명해주는 컴퓨터 음악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했다. “컴퓨터 음악과 관련된 직업은 무엇이 있나요” “컴퓨터 음악에는 어떤 장비가 필요하죠?” 이들은 졸업 후 진로와 관련해 특히 궁금한 점이 많은 듯했다.

기업 취재팀은 음주·흡연 교육을 체험했다. 조현욱 군은 술에 취했을 때처럼 사물이 흐트러져 보이는 안경을 쓰고 바닥에 그려진 흰 직선을 따라 걸었다. 다른 부스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방법을 배웠다.

사진기자 역할을 맡은 남승현 군은 조 군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파로 붐비는 박람회장에서 원하는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았다. 남 군은 “구도를 잡아야 하는데 자리를 잡을 여지가 없어서 기회를 자꾸 놓친다”며 난감해했다.

황욱 군은 학생과 인터뷰를 하려고 했지만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체험 교육을 마치고 부스를 나오는 참가자에게 말을 걸기가 쑥스러웠다. 대답을 꺼리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30여 분 동안 5명에게 질문했지만 2명만 답변했다. 황 군은 “그냥 지나가거나 성의 없이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 기사를 쓰려면 더 많이 취재해야 할 것 같다”며 바쁘게 움직였다.

○ 마감이 다가오자 긴장

취재를 끝내기로 했던 오후 3시 반이 됐지만 2, 3명은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했다. 생각했던 대로 잘되지 않자 학생들은 한숨을 쉬었다. 기사를 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학생들은 수첩을 뒤적거리며 부스 안의 컴퓨터 앞에 앉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1팀이 넘길 기사분량은 200자 원고지로 4, 5장. 많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쓰다 보니 채우기가 만만치 않았다. “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더 쓸 얘기가 없다.” “쓰려는 기사의 분량보다 취재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하는 거구나.” 학생들은 뒤늦게 후회했다.

보고 들은 내용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학생은 “평소에 이렇게 고민하면서 글을 쓰는 일이 드물다.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참가자들 얘기를 순서대로 써봤는데 이것만으로는 도무지 기사 같지 않다”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남 군은 기사에 어울리는 사진이 없어 당황했다. 적지 않은 사진을 찍었는데 신문에 쓸 만한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취재했던 부스를 다시 찾아가 사진을 찍어야 했다.

“마감시간이 지났어요. 진짜 신문사였다면 내일 신문은 ‘펑크’ 나는 겁니다.” 일일 편집국장인 이종훈 씨가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고 얘기하자 학생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씨는 기사 쓰는 법과 제목 뽑는 법을 알려줬다. 그는 “스스로 취재하고 글쓰기, 그 자체가 창의력 교육이다. 아이들의 창의적인 관점을 최대한 살려주기 위해 기사는 거의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문조각으로 퍼즐 놀이 교육기부 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스에서 신문조각 퍼즐을 맞추고 있다. 다 맞추면 기념품으로 기자수첩을 받았다.

기사와 사진 배치가 끝나자 신문이 출력돼 나왔다. 조현욱 군은 “신문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아 즐거웠다”고 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김송희 교사는 “직접 체험을 하니까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람회 기간에 언론재단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신문을 이용한 조각퍼즐 맞추기나 참가자의 사진이 들어간 신문 만들기를 통해 신문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만든 우수 신문스크랩 작품도 전시했다.

언론재단의 이원섭 미디어교육팀장은 “청소년이 신문을 자주 접하지 않지만 신문에는 언어발달이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신문활용교육(NIE)은 청소년과 신문을 가깝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고양=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