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윈스턴 시계 ‘오퍼스 12’ 만든 에마뉘엘 부셰 씨
스위스의 유명한 워치메이커 에마뉘엘 부셰 씨(사진)는 우주와 관련한 잡지를 뒤적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잡지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대한 칼럼이 실려 있었다. 해리 윈스턴과 손잡고 ‘오퍼스 12’ 제작을 맡고 있던 그의 머릿속에는 코페르니쿠스 혁명과도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곗바늘이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향하지 않도록 의식을 전환시켜 보고 싶었던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바젤에서 만난 부셰 씨는 “시침 하나, 분침 하나로 표현하는 시계 제조의 틀에서 벗어나 시침 12개, 분침 12개로 보이지 않는 시간의 움직임과 그 순간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워치메이커는 시계의 디자인과 개발, 제품 산업화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일반 시계와 달리 시침과 분침이 쌍으로 12개씩 가장자리에 달려 있는 오퍼스12. 사진 속 시간은 10시 13분이다. 해리 윈스턴 제공
프랑스인인 부셰 씨는 시계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시계를 손목 위의 작은 ‘우주’로 여겨왔다고 한다. 프랑스 국립박물관에서 시계 수리 등을 담당하다 1999년 예술과 기술력을 결합한 시계를 만들고 싶어 스위스로 이동했다. 독립 워치메이커로서 디자인과 제품 생산까지 모두 혼자하기 어렵기에 그는 2008년에 ‘손타고라’라는 회사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부셰 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담는 시계를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주라는 주제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바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