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갈린 평가…54억 원 vs 13억 원
매일 하루 평균 1200명의 노인과 결식아동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해 온 사랑의 밥차가 사용해온 터가 경매에 넘어가면서 쫓겨날 처지에 몰렸다. 고양=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하지만 대출신청을 받은 국민은행이 “해당 용지의 가치는 10억 원 정도여서 그 이상 대출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은행 측은 한국감정원에 밥차 용지에 대한 담보가치 평가를 의뢰했고 그 결과 법원 경매액의 4분의 1 수준인 13억6000만 원이 나왔다. 한국감정원은 감정기관 간에 이견이 생길 때 이를 조정하는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다. 밥차 측은 “당초 법원 경매에서 평가액이 4배 이상으로 부풀려져 용지 매입이 어렵게 됐다”며 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연거푸 기각했다. 결국 밥차 측은 매각대금을 납부하지 못했고 후원자들의 성금을 모아 예치했던 경매입찰 보증금 2억6000만 원마저 몰수당했다. 재경매를 통해 용지가 한 사업가에게 넘어가면서 밥차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렸다.
○ 법원 측 감정평가서 오류 많아
전문가들은 법원과 한국감정원의 평가액이 4배 이상으로 차이 나는 것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의 경매 감정평가는 채권자가 재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후하게 매기는 편이고 한국감정원의 담보가치 평가는 채권 환수 가능성에 무게를 둬 다소 엄격하게 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 20∼30%의 격차가 날 수 있지만 4배 이상으로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정부가 토지보상 평가를 할 때는 복수의 감정평가기관에 심사를 맡기고 평가액에 10% 이상 차가 나면 다시 감정하도록 한다.
동아일보가 법원이 경매평가를 맡긴 D사와 한국감정원의 평가서를 입수해 전문가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D사는 불법 무허가 건물이 들어서 있거나 진입로 확보가 안 돼 건축허가가 나기 어려운 곳을 상업용지로 평가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밥차 용지의 m²당 공시지가는 30만∼50만 원 선인데도 D사는 239만 원으로 책정했다. 주변 토지에 대해 D사가 매긴 평가액을 다른 감정기관의 측정치와 비교해도 4, 5배 높게 나왔다.
밥차 관계자는 “은행 측이 한국감정원보다 D사에 먼저 담보가치 평가를 요청했는데 D사가 ‘그 땅의 부동산 감정가는 18억 원 미만’이라며 거절했다”며 “D사 스스로 자신들이 했던 경매 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D사는 경매 평가서에 “미래가치를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인근 부동산업자들은 “그동안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별다른 개발 호재가 없어 시세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법원의 ‘부러진 변명’
관할법원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경매 감정평가를 다시 해달라는 밥차 측의 요청에 “법원은 민간 기관의 감정 결과를 그대로 인용할 뿐 감정평가를 하는 곳이 아니다”며 “경매가가 정해져도 경매 참가인이 값을 깎을 수 있었고, 이미 끝난 경매 절차를 무효화할 만한 사유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밥차 관계자들은 “법원에 찾아가니 담당 판사가 ‘여기는 법원이니 인간적인 얘기는 하지 말고 법 얘기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장훈 씨는 “시민들이 경매에 임할 땐 경매가가 사법부의 검증을 받았다는 신뢰감을 갖는데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법원을 믿은 게 잘못이라는 것”이라며 “그런 권위주의 때문에 ‘도가니’ 같은 일이 생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