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기차 안에서 기자와 북한 벌목공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벌목공 탈북자(오른쪽). 그는 탈북자끼리 모여 살고 있는 안전가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기차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신세기 채널A 기자 shk919@donga.com
최근 국내 북한인권단체의 소개로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한 마을에서 만난 탈북자 김만석(가명) 씨. 그는 10년간 시베리아 지역의 하바롭스크 북한 임업소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극적으로 탈출했다. 그는 이곳에 유엔이 마련한 안전가옥(안가)에서 40여 명의 벌목공 탈북자와 함께 살고 있다. 러시아 탈북자들은 대개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로 파견했던 시베리아 벌목공과 건설노동자들. 현재 수백 명이 러시아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원래 안가에 10여 명이 모이면 러시아 정부가 출국 허가를 내줘 남한으로 갔는데, 지난해 8월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한 뒤로는 출국 허가를 일절 내주지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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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김 씨처럼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김정일 방러 이후에 안가에 온 탈북자들은 난민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면 외출조차 못한다. 외출했다가 혹시 북한 정보요원에게 잡히면 그대로 북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요원에게 잡히면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벌목공들은 가혹한 노동과 착취, 그리고 끊임없는 감시와 통제를 견딜 수 없어 목숨을 걸고 탈출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밤 2시까지 일을 해. 그리고 4시간 자고 오전 8시에 다시 나와서 일하는 거야. 밥과 소금물이 전부인 식사도 한 끼밖에 안 줬어. 그것도 아침에 주면 탈출할 우려가 있다고 저녁에 줬어.”(김 씨)
하루 18시간 나무를 벤 대가는 한 달에 고작 100달러 남짓. 그러나 이 돈도 벌목공이 모두 갖지는 못한다. 세금과 숙식비,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떼고 나면 10달러를 쥐기가 쉽지 않았다. 김 씨도 1년에 100달러를 모으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임업소 간부들은 달랐다. 이들 중엔 벌목공의 임금 등을 착복해 3년 만에 10만 달러를 모은 경우도 있었다는 것.
임업소엔 불법 감옥도 있었다. 벌목공 동료 중 당국이 파견한 요원이 벌목공의 수상한 행동을 신고하면 바로 감옥행이었다는 것. 감옥에선 고문이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나 씨 역시 고문당하는 것이 두려워 탈출을 결심했다.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는 23일 오후 9시 20분 방영하는 채널A 시사 프로그램 ‘잠금해제 2020’에서 볼 수 있다.
모스크바=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