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보 후보에 3표차 패배 백혜련 공천단일화 첫 공식 파기… 진보 “합의 어긴 도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사건으로 흔들린 민주통합당과 진보당 간의 야권연대가 결국 허물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진보 진영의 후보직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23일 서울 관악을 후보로 등록하며 총선 출마를 강행한다.
민주당은 22일 경기 안산 단원갑에 백혜련 전 검사를 공천했다. 민주당은 백 전 검사가 17, 18일 진행된 안산 단원갑 야권연대 경선에서 진보당 조성찬 후보에게 3표 차로 패하자 “일부 여론조사가 다른 지역 구민을 상대로 진행됐다”며 재경선을 요구했으나 진보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독자 후보를 공천한 것이다. 2명이 모두 후보 등록한 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단일화할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선 야권연대의 첫 공식 파기다.
진보당은 “야권연대 합의정신을 어긴 도발”이라며 민주당에 백 전 검사의 공천 취소를 요구했다. 야권연대가 무너지자 정치권 밖 진보진영은 야권연대 복원을 위해 이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양당의 연대를 막후 조율했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희망 2013·승리 2012 원탁회의’ 대표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선 양당이 향후 갈등을 봉합하더라도 당초 예상했던 만큼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전 18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민주당과 진보당 후보의 득표수가 고스란히 합쳐질 경우 서울에서만 48개 지역구 중 최소 13곳에서 여야의 승패가 뒤바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본보 13일자 A5면 야권연대 효과 ‘+5%P’만 돼도…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게 도리”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론을 제기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