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내내 무표정이던 김 전 회장은 김용원 전 대우전자 회장,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장(전 ㈜대우 사장) 등 옛 대우 임직원들의 인사를 받자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양쪽 귀에는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을 보며 “건강은 괜찮으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모임에서 대우 임직원들은 회고록 ‘대우는 왜?’를 김 전 회장에게 헌정했다. 2009년 결성된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2년 동안 준비한 이 책에서 해외시장을 개척한 생생한 일화를 담았다. ‘대우맨’들은 이 책에서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것은 대우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장병주 회장은 서문에서 “당초 책을 기획한 취지는 대우의 해외진출 경험을 공유하려는 것이었지만 ‘대우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 해체됐다’는 한 당국자의 발언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외환위기는 금융당국이 외환 운용을 잘못한 때문이지 기업이 취약해 일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최근 “대우가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어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다.
김 전 회장은 행사장을 떠나기 전 몇몇 참석자와 악수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고록을 받은 소감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고맙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그는 부인 정희자 씨가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빌라에서 2, 3일 머문 뒤 다시 베트남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