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면 북유럽풍 멋을 걸치게 되는 길 아세요”
21일 오후 곽호빈 디자이너가 이태원 로데오 거리에 섰다. 그는 “도시 뒷골목을 걷는 재미를 느끼며 개성 있는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거리”라고 소개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곽 씨는 이태원에서 남성 슈트 맞춤집인 ‘테일러블’(한남동 684번지)을 운영한다. 집과 일터가 모두 이태원에 있고 ‘이태원 주민일기’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동네에 애착을 가진 그가 ‘콕’ 집어 추천한 길이 바로 이태원 로데오 거리.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길이다. 곽 씨는 “유명 브랜드 편집 매장이 즐비한 강남 로데오와 달리 북유럽 디자이너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발과 옷을 찾아볼 수 있는 게 이태원 로데오 거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개성을 파는 가게 많아
‘크리스탈렌’은 달퀸, 루키버드, 맥 제이처럼 최근 뜨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이다. 깔끔한 정장을 입었지만 가방과 신발로 개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하다.
주택을 개조해 간판도 달지 않은 하얀 집은 ‘히든 어드레스’. 지하는 와인, 1층은 커피를 판다. 2층은 빈티지 옷이 가득하다. 1930년대에 만든 옷도 볼 수 있다. 누가 들 수 있을까 싶은 독특한 소품도 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 안에 걸린 옷은 이태원 큰길에서 파는 명품 카피 옷처럼 흔하지도 않고 한남동의 고급브랜드 매장처럼 부담스럽지도 않다. 곽 씨는 “연인과 이 길을 걸으며 데이트하다가 기분이 좋아 살 만한 소품이나 옷”이라고 설명했다.
○ 세련된 오피스룩도 가능
직장인이 차려입기 좋은 곳도 많다. ‘드레스 코드’는 옷을 좋아하던 황세원 사장이 직접 나서 가게를 차린 경우. 명품을 사기는 부담스럽고 보세 옷은 눈에 들지 않는다면 가볼 만하다.
이태원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남성 슈트 맞춤집도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임대료가 싸다 보니 신진 디자이너가 가게를 열거나, 이태원 큰길에서 이사 오기도 했다. ‘143 E. NAPOLI’, ‘블루핏’, ‘샤펜’이 그런 집들. 백화점 매장을 도는 대신 치수를 재고 옷감을 고르는 데 1시간만 쓴다면 내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을 수 있다.
식당은 쇼핑할 시간을 쪼개서 간단히 먹기 좋은 곳이 많다. 중국식 만두를 파는 ‘쟈니 덤블링’, 멕시코 타코를 파는 ‘어반 타코’는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는 집. 퓨전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노블따블’과 전라도 가정식으로 입맛을 돋우는 ‘샘골’같이 이태원에서 찾기 힘든 한식집도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