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실패를 맛본 적 없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달 제84회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메릴 스트립도 예외는 아니다. 2년 전 여우주연상 후보로 오른 그를 두고 당시 영화제 사회를 맡았던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이 말했다. “그는 오스카 후보에 가장 많이(당시까지 16회) 올랐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당시까지 14회) 떨어졌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NBA에서 통산 3만 점 이상을 득점한 4명 중 하나인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1만2000번 넘게 슛을 성공시키지 못했고, 300경기 넘게 졌다.
▷6년 전 정치부 시절에 알게 된 언론사 출신 한 선배와 지난주 통화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전남에서 민주통합당의 총선 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직후였다. 그는 4년 전부터 출마 지역에서 터를 닦기 위해 애를 썼다. 지역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이려 했고, 틈틈이 서울을 오가며 ‘여의도 정치’의 흐름을 좇는 데도 뒤처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어쭙잖게 힘내시라고는 했지만 통화가 끝날 때까지 그의 목소리는 밝아지지 않았다.
민동용 주말섹션 O2팀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