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정치부 차장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2년 4월. 당시 이낙연 대변인(현 의원)의 촌평이다. 기자가 전쟁터에서 펜을 들고 취재만 하면 종군기자요, 전투에 직접 참가하면 참전기자가 되는데, 일부 기자들이 순수하게 취재만 하는 게 아니라 특정 후보 편을 든다는 점을 시니컬하게 꼬집은 것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에선 노무현 이인제 대통령 예비후보가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이 후보를 담당하는 이른바 ‘마크맨’ 5명이 노 후보와 식사를 함께하면서 노 후보가 “내가 집권하면 메이저(주요) 신문들을 국유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이 후보에게 낱낱이 전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노 후보 발언의 진위 논란이 컸지만 기자의 도덕성에도 역시 상처를 남겼다.
딱 10년 전의 ‘종군기자-참전기자’ 논란이 떠오른 것은 새누리당의 4·11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은 이상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때문이다. 그는 20일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8번을 배정받고 동시에 선대위 대변인에도 기용됐다.
지역구 출마 국회의원이 아닌 만큼 선거일 90일 전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공직선거법의 적용은 받지 않지만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이 발표되기 딱 하루 전인 19일 밤 신문사에 사직서를 낸 것 역시 분명 언론 윤리에 위배된다. 2004년 17대 총선(4월 15일)을 두 달여 앞둔 2월 3일, 문화일보 현직 정치부장이던 민병두 전 의원이 비례대표 안정 순번(18번)과 총선기획단장직을 약속받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을 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전례도 없고, 도의에도 어긋난다”고 맹비난했지만 이 대변인 ‘덕분’에 민 전 의원 사례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 됐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 정치의 제1선에 위치한 정치부 기자들은 언론 윤리를 생각해봐야겠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지면이나 TV 화면을 참전의 장(場)으로 활용한다면 ‘언론의 중립성’은 끊임없이 의심받고 흔들릴 것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고서 외부 권력을 비판해서는 설득력과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조수진 정치부 차장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