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장
전 씨처럼 제2의 삶을 위해 복잡한 도심을 떠나 농촌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귀농 가구는 1만 가구를 넘었다. 2001년에 비해 12배 늘어난 수치다. 수도권에서 나간 인구가 들어온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귀농 귀촌 2만 가구 돌파가 예상된다. 정부는 귀농 귀촌 희망자를 적극 지원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내용의 ‘6대 핵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세심한 준비와 공부 없이 귀농 대열에 동참한다면 성공적인 귀농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패 없는 귀농을 위해선 무엇보다 농촌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귀농의 목적을 분명히 해 귀농 계획을 세워야 한다.
농업에 적극 도전하는 귀농인들이 증가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전북의 50대 귀농인은 오리와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쌀을 종이나 비닐이 아닌 전통 광목자루에 포장해 연 3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방울토마토 재배 7년 차인 40대 귀농 부부는 모닥불 앞에서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 꼬치구이를 개발해 현재 연소득이 1억 원을 넘는다. 경기 광주에서 고품질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귀농인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테마마을 체험교실을 운영해 연간 8000만 원을 벌고 있다.
이와 같은 귀농 귀촌 성공 사례와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늘면서 30, 40대 귀농인도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 1000여 명이던 청장년층 귀농인이 지난해 4000명을 넘어서면서 어르신들만 일하고 돈도 벌기 힘든 직종이라는 과거의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직업으로 농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기후변화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젊고 패기 넘치는 귀농인들의 도전과 성공적인 정착으로 꽃 피는 봄처럼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라승용 국립농업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