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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일진’ 중학생들 “난타공연하며 ‘화’를 다스려요”

입력 | 2012-03-27 03:00:00

학교생활부적응 중학생 교육·치료하는 ‘충북 청명학생교육원’을 가다




청명학생교육원 학생들이 난타수업에서 난타를 배우기에 앞서 박지은 교사와 함께 ‘나를 화나게 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학교폭력을 근절할 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학교폭력이 되풀이되지 않게끔 학교폭력 가해·피해학생에게 전문적인 교육과 상담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충북 진천군 문백면에 있는 ‘청명학생교육원’이 관심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 이 교육원은 학교폭력, 게임중독 등의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 중 정도가 심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도·교육·치료를 진행하는 전문교육기관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진행하는 학교폭력예방 사업인 ‘Wee스쿨’의 일환으로 충청북도교육청이 2010년 9월 설립했다

청명학생교육원에서는 어떤 교육이 이뤄질까? 이 교육원의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폭력 재발을 방지할 실마리를 찾아본다.

“최근에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 받았던 일을 말해볼까?”(박지은 교사)

“얼마 전에 동생이 저한테 신경질적으로 말을 해서 혼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자꾸 말대꾸를 하면서 덤비는 거예요. 짜증나게….”(A 학생)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니?”(박 교사)

“서로 목소리를 높이다가 결국 치고받고 싸웠어요.”(A 학생)

21일 오후 1시 40분 청명학생교육원 활동교실에서는 ‘난타수업’이 이뤄졌다. 이 교육원은 난타수업 외에도 꽃을 심고 밭을 가꾸는 원예수업 등을 특별수업으로 주 2회(총 4시간) 편성했다. 폭력적인 학생들은 타악기,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들은 꽃밭 가꾸기 등 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고려해 긍정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날 표현예술치료사인 박지은 교사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 6명과 함께 난타를 배우기에 앞서 ‘나를 화나게 했던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박 교사는 북과 채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난타 연습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신이 난 듯 교사를 따라하며 리듬에 맞춰 북을 힘차게 두드렸다.

박 교사는 “지난해에는 근처 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난타공연을 했다”면서 “이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올바르게 소통하는 법을 익히고,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쌓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화로 ‘화’를 다스리다

이 교육원은 학생들이 내면의 분노를 ‘사람에 대한 폭력’이 아닌,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한다. 교육원 내 곳곳에 배치돼 있는 노래방, 게임기, 샌드백 등도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표출하도록 마련한 장치들이다.

특히 매주 목요일 1시간씩 진행되는 ‘참 만남’ 프로그램에서는 친구와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익힌다. 학생들은 수업 전 한 주 동안 나를 서운하고 화나고 짜증나게 만든 사건과 대상(친구)을 ‘참 만남 신청서’에 구체적으로 작성한 뒤 담당교사에게 제출한다. 이 내용을 토대로 담당교사는 신청자와 대상자간 서로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일대일 대화의 기회를 주는 것.

‘참 만남’에는 몇 가지 ‘금지사항’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비아냥거림이나 인신공격성 발언 △상대방의 부모를 욕하는 발언 △신체적 폭력을 사용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행위 등이 그것. 그러나 비속어나 은어 사용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두지 않는다. 학생들이 자신의 분노를 오로지 ‘말’로만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게끔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박창호 청명학생교육원 교학부장은 “폭력을 일삼던 학생도 교육원에 들어온 지 3∼4개월이 지나면 친구와의 갈등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주먹을 사용하는 대신 ‘참 만남’의 시간을 기다린다”면서 “힘이 약한 학생은 자신보다 힘이 센 학생에게 자신의 분노를 솔직히 드러내면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의사를 분명히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과수업, 심리치료, 학부모상담

청명학생교육원 특별수업인 ‘원예수업’ 장면.

청명학생교육원의 교육커리큘럼은 일주일 단위로 짜여져 있다. 상담시간과 더불어 정규교과수업, 동아리활동 시간 등을 편성해 학교생활에 부적응하는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관리·지도한다.

심리·행동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관리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2시간씩 인지행동 및 정규집단수업을 진행한다. 이 교육원 소속 전문상담교사와 임상상담교사 6명이 상담과 치료를 맡는다. 매주 금요일에는 학생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집단심리상담이 진행된다.

매일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한 정규 교과수업이 이뤄진다. 학업실력 향상보다는 학업 자체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 보드게임, 장난감, 모래놀이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리·행동상태가 좋아졌다고 판단된 학생들은 일단 원래 다니던 중학교로 일정기간 등교해 수업을 받으면서 적응기간을 갖는다. 이 기간 중 ‘준비가 되었다’고 평가된 학생들은 청명학생교육원을 떠나 당초 다니던 중학교로 돌아간다.

올해는 다니던 중학교에 복귀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한 일종의 ‘애프터 서비스’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했다. 충북대와 협력해 진행하는 ‘B&S(Brothers & Sisters) 멘토링’이 그것. 충북대 사회과학대학 대학생들과 중학교에 복귀한 학생을 일대일 ‘멘토-멘티’로 맺어주고 지속적으로 정서적 지지와 일종의 ‘롤 모델’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근청 청명학생교육원 원장은 “지난해 한 해 동안 학교생활 부적응학생 약 80명이 교육원을 거쳐 갔으며 현재는 대부분 다니던 중학교에 복귀해 무리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진천=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함승연 인턴기자 argu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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