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검경수사협 쟁점 될 듯
경찰관이 모욕 등의 혐의로 검사를 고소한 ‘밀양사건’을 놓고 검찰이 지방 경찰서로 이송하라고 지휘한 데 이어 또 다른 비리사건도 지방으로 넘기라고 지휘한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경찰은 경찰수사권을 침해하는 보복성 수사지휘라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이송지휘 문제는 28일 처음으로 열리는 검경 수사협의회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경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이 16일 밀양사건에 대한 검찰의 이송지휘를 따르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에서 수사 중인 또 다른 비리사건을 관할 지방경찰청으로 이송하라고 지휘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범죄 첩보 확인을 위해 통신기록 열람 영장을 신청해오자 검찰이 사건을 관할지역 경찰서로 넘기라는 지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연루된 건은 아니고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에서 통상적으로 해왔던 대형 비리사건”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이송지휘는 전국의 주요 사건을 맡아온 경찰청의 기본적 수사권한을 부정하는 조치라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역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관할 경찰서를 지정하는 문제는 경찰청 고유의 업무영역”이라며 “경찰청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해 직접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이 다른 곳으로 넘기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수사지휘”라고 말했다.
검찰은 2006년 경찰 사건에 대해 이송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밝힌 이후 최근 밀양사건 전까지는 이송지휘를 거의 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이송지휘가 이례적으로 계속되는 것에 대해 밀양사건으로 수세에 몰린 검찰이 ‘경찰 길들이기’ 차원에서 보복성 지휘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