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처녀’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아버지는 소양강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렸다. 처녀는 열여덟 살이던 1968년 서울의 ‘가요작가 동지회’ 사무실 직원으로 일했다. 사무실을 드나들던 음악인들에게 레슨을 받았다. 어느 날 처녀가 춘천으로 음악인들을 초청했다. 작은 갈대섬에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고 처녀가 깜짝 놀라 작사가 반야월 씨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반 씨는 그때의 감정을 떠올려 ‘소양강 처녀’의 가사를 썼고 작곡가 이호 씨가 곡을 붙였다.
▷극적인 사연은 여기까지다. 이 노래는 가수 김태희가 불러 1970년 가요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처녀는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을 뒤로하고 밤무대 가수의 길을 걸었다. ‘소양강 처녀’는 그제 타계한 반야월 씨의 대표작이다. 서울에 노래방이 생긴 이듬해인 1992년 ‘소양강 처녀’는 노래방 인기순위 1위에 오르면서 20년 세월을 넘어 건재를 과시했다. 세상이 변했는지 요즘 젊은층은 ‘노래방에서 분위기 깨는 노래’ 1순위로 꼽는다고 한다.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등 무려 5000여 곡을 작사한 반 씨는 주변의 시기(猜忌)를 우려해 여러 개의 예명을 썼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