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영 사회부
그의 말대로 한 누리꾼이 “나경원은 이완용 땅을 찾아준 판사”라고 올린 글은 명백히 허위였고, 경찰도 그 누리꾼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마치 불기소 처리됐어야 할 사람이 남편의 외압으로 부당하게 기소된 것처럼 여기는 세간의 시선이 야속하다는 그의 한탄은 수긍할 만하다.
김 판사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아내가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사실 때문에 정신적 정치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남편이 어디 있겠는가.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이는 판사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김 판사처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부산지법 판사 시절 남편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번역 출간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되자 남편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구명운동을 편 적이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기소청탁 의혹은 경찰이 김 판사와 나 전 의원, 시사IN 주진우 기자 등 관련자를 모두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하면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총선에도 출마하지 못하는 등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김 판사와 박 검사의 ‘어긋난 인연’을 보며 판검사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힘이 셀수록 스스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달라는 보통 사람들의 외침을 제대로 알아들었을지 궁금하다.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