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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길 명품 길]캘리그래퍼 강병인 씨의 합정역 카페길

입력 | 2012-03-30 03:00:00

“테라스에 앉아 진한 커피 한잔 즐겨보세요”




캘리그래퍼 강병인 씨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길을 걷다 테라스가 있는 상점 안쪽을 바라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젊음과 패션, 음악이 어우러진 서울 홍익대 앞 거리. 한때 예술가들의 풍류가 넘치는 곳으로 손꼽혔지만 해마다 술집과 클럽이 늘어나 시끌벅적해진 거리 풍경은 예전 같지 않다. 인근 맛집도 입소문이 나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홍익대 주변의 조용한 곳에서 아늑한 식사 한 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원하는 이라면 귀가 번쩍 뜨일 만한 곳이 있다. 한적한 길가를 걷는 이를 멈춰 세우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카페와 개성 만점 메뉴를 내건 음식점, 그리고 술집까지 모두 모여 있는 길이 홍익대 주변에 숨겨져 있다.

불과 한 달 사이 옆집에 카페나 음식점이 새로 생기는 이곳은 바로 합정역 카페길이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 5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 홍대 주차장 길까지 시원하게 뻗어 있는 합정역 카페길(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을 22일 찾았다.

이날 카페길을 함께 걸은 이는 국내 최고 캘리그래퍼로 손꼽히는 강병인 씨. 서예의 서체에 디자인적 요소(캘리그래피)를 입힌 그의 손글씨는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 있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한 번쯤은 마셨을 법한 소주 참이슬의 손글씨 디자인을 비롯해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포스터에 큼지막하게 ‘서울’ 두 글자를 써넣었다. 강 씨의 캘리그래피연구소 ‘술통’도 이 길과 가까운 마포구 상수동에 있다. 그는 술과 사람을 좋아해 술과 소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연구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500m 남짓한 카페길을 함께 걷다 그가 자주 찾는 단골 커피집 ‘카페 루씨알마’에 들어섰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곳은 친절한 사장이 추천해 주는 커피를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커피를 마시며 강 씨가 이곳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예를 하다 보니 처음엔 인사동으로 갈까 고민했지만 전통에 얽매이게 될까봐 과감하게 홍익대 쪽으로 오게 됐어요. 가난한 예술가들과 음악인들 사이에 섞여 간접적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어 이곳을 7년째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서예 작업을 하다 보니 카페길 끝자락에 있는 ‘인더페이퍼’에 종종 들른다. 이곳은 종이회사 ‘두성종이’가 만든 갤러리와 페이퍼숍, 출력센터, 카페가 모여 있는 복합 공간이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네이버후드’는 야외 테라스와 넓은 내부에서 발리산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유독 출판사가 많이 모여 있어 북카페가 많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출판사 자음과 모음이 운영하는 북카페를 비롯해 한쪽 벽면이 책으로 꽉 차 있는 ‘그리다 꿈’ 등 2, 3곳이 더 있다.

음식점도 많다. ‘남산 김치찌개’는 강 씨뿐만이 아니라 인근 회사원들에게 인기 만점인 한식집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던 홈메이드 버거 전문점 ‘FRanKY’S’는 호주산 청정우를 직접 갈아 패티를 참숯에 구워 내놓는다. 벌집 모양의 깜찍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허니보울’에서는 미국식 브런치 메뉴와 직접 만든 허니버터를 맛볼 수 있다. 빵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천연발효종 베이커리 ‘악토버’는 밤새 매장에서 발효시킨 빵을 오전에 구워 판매한다.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고 싶다면 포장마차 ‘밤마실’이나 ‘Olive400’에 들르면 된다. 강 씨는 “이곳은 대부분 오전 1∼2시까지 문을 열어 충분히 길을 걷다 마음 내키는 곳에 들어갈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