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으로 이번 총선에서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인재근 후보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서 받았다는 당선 기원 메시지를 공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 송호창 후보(경기 의왕-과천)도 안 원장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두 사람 모두 민주통합당 후보다. 인 후보 측이 공개한 것은 안 원장의 인용 허락을 받았다고는 하나 김 전 고문 빈소를 찾아 준 데 대한 감사전화를 할 때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송 후보 측이 공개한 것은 언제 어느 맥락에서 말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인물평이다. 모두 딱 떨어지는 당선 기원으로 보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
▷안 원장은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1번을 제의받고 거절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는 27일 서울대 강연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상호보완성을 강조하면서 “양쪽이 모두 개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는 몰라도) 지금 당장은 정치에 개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총선을 눈앞에 두고 특정 정당의 개별 후보에 대한 지지로 비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며칠 전 한 말과 다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5%도 안 되는 지지도를 보였던 박원순 후보는 안 원장의 지지를 받자마자 단번에 50% 안팎으로 올라서 당선됐다. 지역구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인 후보와 송 후보 측이 노리는 것은 ‘안철수 효과’를 이용한 선거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의 대선 양자 대결 구도에서 1위를 달리는 것으로 나온다. 그의 말 한마디가 부동층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후보들로서는 ‘안철수 효과’의 유혹에 끌릴 수밖에 없다.
▷안 원장은 기성 정치권 바깥에서 정치에 개입할지 말지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정당에 자극을 주어 정치발전을 이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메시지를 홍보물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안 원장이 꼭 당선시켜야 할 후보들이 있다고 판단했으면 그들이 속한 정당을 지지하든가 아니면 그들을 규합해 신당을 만드는 것이 정도다. 기존 정당의 한두 후보를 선택적으로 골라 지지하는 것은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오르내리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정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