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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책읽기, 파리지앵 매력의 원천

입력 | 2012-03-31 03:00:00

파리 국제도서전시회




제32차 파리 국제도서전시회가 16∼19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열렸다. 주빈국인 일본을 포함해 모두 40개국에서 작가 2000명이 참여했고, 지난해보다 5% 늘어난 19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프랑스 언론은 “경제 위기와 TV의 인기, 인터넷의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왜 책에 매혹되는가”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왜 10유로(1만5000원)나 되는 입장료를 지불하며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나”라는 질문들을 던지며 전혀 기대치 않은 성공이었다고 분석했다. 전시회에는 출판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만 3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예년보다 풍부해진 번역물 전시장과 도서관 사서들을 위한 별도의 테마 공간, 시청각 센터 등이 질적으로도 풍성한 도서 전시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학생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는데 주최 측인 전국출판업노조(SNE)는 “무엇보다 3만6500여 명의 청년이 도서전시회를 방문했다는 게 놀라운 성과”라고 말했다.

전자책에 대한 열기도 뜨거웠다. 프랑스에서 전자책 시장 규모는 전체 도서 시장의 2%에 불과하지만 유럽 전역의 재정 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는 출판업자들과 조심스럽게 이 시장을 두드려온 작가들은 모두 큰 관심을 보였다고 SNE는 밝혔다. 이번에는 특히 미국의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여해 자사의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을 홍보해 많은 젊은이의 관심을 받았다. SNE는 대선후보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전자책이 출판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프랑스 출판 시장의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세계적인 전자책 판매 웹사이트들이 대부분 미국 업체인 데다 프랑스의 경우 주변 유럽국가보다 전자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 1차 투표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18일 행사장을 방문해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가 7%로 올린 책의 부가가치세를 5.5%로 되돌려놓겠다”면서 “작가의 권리와 서적 유통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올랑드 후보는 이날 6시간이나 머물렀다. 그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묻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그 다음으로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라고 대답했다.

전시회 주빈으로 초대된 일본의 경우 프랑스에 소개된 지 10년이 된 일본만화 ‘나루토’ 전시코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닌자 만화인 나루토는 프랑스에서 150만 권이 팔렸는데 일본을 제외하면 프랑스가 세계 최다 판매국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사이바라 리에코, 후쿠모토 노부유키 등 일본의 대표적 만화작가 3인방 전시회 코너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