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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 해외 나스닥, 銀 선물이 웃었다

입력 | 2012-04-02 03:00:00

인기 모으는 상장지수펀드 1분기 성적표 받아보니




《 직장인 이모 씨(37)는 지난해 11월 KOSPI2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이 씨는 ETF 예찬론자로 바뀌었다. ETF가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 것은 물론이고 종목 선택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
최근 주가가 옆걸음을 하는 지루한 장세가 펼쳐지는 가운데 ETF가 간접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주식형펀드 환매가 줄을 잇고 있지만 ETF 설정액은 연초 이후 3월 말까지 2127억 원 늘었다.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코스피가 10.3% 상승한 반면에 국내 주식형 ETF는 13.39% 올랐다. 특정 지수를 따르는 ETF는 20%가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본부 상무는 “개인투자자들이 다양한 투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쉽고 안정적인 ETF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ETF의 성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ETF 성적표는 ETF가 시장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 30일 종가 기준 삼성KODEX조선주가 연초 이후 26.19% 상승해 국내외 ETF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주가가 폭락한 증권업종도 최근 유로존 불안이 완화되면서 선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KODEX증권주도 20% 넘는 수익률을 거둬 시장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반면에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는 소비재나 제약 관련 규제로 몸살을 앓는 제약업종 ETF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재테크 효자 상품으로 꼽혔던 금과 원유는 올해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삼성KODEX골드선물ETF와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의 수익률은 각각 6.38%, 5.39%로 순위가 상당히 뒤로 밀렸다. 반면에 은값의 고공행진으로 은선물지수를 따르는 삼성KODEX은선물ETF는 연초 이후 17.33%의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ETF는 적은 돈으로도 큰 고민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이지만 아직 일반 주식처럼 거래량이 많지는 않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높은 수익률에도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증권거래 계좌가 있어야 하므로 은행 거래 고객에게는 거리감이 다소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관투자가들이 ETF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지수 추종형 ETF는 단기매매의 가능성이 작아 장기투자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며 “장기 분산투자에는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운용 보수 수준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 상장지수펀드(ETF) ::


KOSPI200 같은 특정 지수나 반도체 은행 등 특정 업종, 삼성그룹 등 목표 그룹주의 수익률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는 인덱스펀드의 일종. KOSPI200 관련 ETF 1주를 사면 이 지수를 구성하는 200개 종목 전체를 매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매매하기도 쉽다. 국내 ETF시장은 2002년 개설됐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