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4m 쓰나미 이르면 2분이면 도달”지자체 대책마련 비상
일본 내각부 산하 전문가검토회는 일본 중부의 시즈오카(靜岡) 현에서 남부 규슈(九州)의 미야자키(宮崎) 현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의 난카이(南海) 해구에서 리히터 규모 9.1의 거대 지진(서일본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난달 31일 경고했다.
지진으로 인한 지진해일(쓰나미)도 고치(高知) 현 구로시오(黑潮) 정에서 최고 34.4m로 예상되는 등 태평양 연안 대부분 지역에서 10m 이상의 쓰나미 피해가 우려됐다. 특히 지진이 태평양 연안 바로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만큼 쓰나미 도달 시간이 시즈오카·와카야마(和歌)·고치 현에서는 2분, 미에(三重) 현에서는 3분, 아이치 현과 에히메(愛媛) 현에서는 10분대에 불과해 대피할 시간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충격적인 정부 발표가 이어지자 일본 TV와 신문, 잡지들은 순식간에 도시가 폐허가 되는 시뮬레이션 영상 등 지진 관련 특집 프로그램과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일제히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즈오카 현 누마즈(沼津) 시의 한 마을은 주민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높은 지대로 집단 이주하기로 했다. 34.4m의 쓰나미가 덮친다는 구로시오 정은 지난해 마을 사무소를 해발 22m로 옮기기로 했으나, 이번 발표에 따라 주민 집단 이주를 포함해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태평양 연안 지역의 주민 집단 이주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쓰나미가 덮칠 때 즉각 대피할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해발 높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판 설치도 늘고 있다. 시즈오카 현은 지난해 주요 지역 길모퉁이에 설치한 ‘해발 ○m’라는 안내 간판을 내년 3월까지 1만2000개로 늘리기로 했다. 오키나와(沖繩)와 가고시마(鹿兒島) 현 등 다른 자치단체도 색깔별로 해발 높이를 나타내는 안내판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도쿄 일대에서는 시민들이 지진으로 고립됐을 때를 대비해 집에 물과 통조림, 말린 음식을 쌓아두고 있다. 지진으로 인한 파손을 우려해 주택은 물론이고 가구를 사려는 발길도 뚝 끊어졌다. 지하철에 갇힐 것을 걱정해 가급적 지하철 이용을 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아예 해외로 이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