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검찰 수사로 일단락된 듯했던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4·11총선을 앞두고 증폭되고 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과 KBS 새노조 및 민주통합당의 폭로가 잇따른다. 민주당은 이 사건을 선거에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KBS 새노조와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명박 정권 때인 2008년부터 3년 동안 이뤄진 사찰이라며 2619건의 문건을 공개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확인한 결과 84%에 해당하는 2200여 건이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문건이었다. 청와대는 “현 정부에서 작성된 문건은 공직자 비리와 관련된 400여 건이며 이 중에서도 문서 형태로 된 문건은 120건 정도”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공개된 문건들은 검찰이 2010년 수사 때 이미 입수해 2건만 기소하고 나머지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단순 정보 수집 차원의 사안으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도 축소은폐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초 검찰이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총선이 임박해 야당이 이를 총선 소재로 이용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총선 有不利 따진 공방전으로 그칠 일 아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논란은 사건의 당사자 격인 장 전 주무관과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0번인 그의 변호인, 그리고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대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조작과 주체사상파인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드러난 데 따른 부정적 여론을 덮고 수세 국면을 공세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민간인 사찰 이슈는 표심(票心)을 움직여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과거 선거 때마다 횡행했던 흑색선전과 거짓 선전선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선거에 임박해 벌어진 각종 의혹 사건은 정책 선거와 후보 검증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선거 후에 거짓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았다. 여야는 선거에 미칠 유불리만 따지는 소리(小利)를 버리고 전(前) 현(現) 정권을 가리지 말고 민간인 불법사찰의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도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는 공복(公僕)인 만큼 감시와 견제를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은 행정부 소속 기관이다. 3권 분립 체제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권력 실세와 불편한 관계였던 남경필 정태근 의원의 뒤를 캔 것은 월권이며 정치사찰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주간지 ‘한겨레21’ 편집장에 대한 사찰 논란도 마찬가지다. 두 사건은 권력이 평소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사조직처럼 활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권 실세들을 위해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면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세금 쓰는 공직자 감찰은 더 강화해야
민간인 사찰 사건의 진상 규명 방식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적극적으로 특별검사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검찰 안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라고 맞서고 있다. 2010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있고 권재진 법무장관이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는 시기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기 때문에 검찰이 재수사의 주체로서 신뢰를 받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총선 이후에 구성될 19대 국회에서나 특검이 도입될 공산이 크다.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의 개선이다. 공직 감시나 동향 파악을 구실로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사찰 같은 권위주의 시대의 악습이 되살아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감찰 대상과 범위는 물론이고 방법도 적법하고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