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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심재설]이어도 과학기지의 무한한 가치

입력 | 2012-04-04 03:00:00


심재설 한국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 서남쪽으로 약 149km 떨어져 있고, 가장 높은 곳의 수심이 4.7m인 수중암초다. 국제적으로는 1900년 이어도에 충돌한 영국 상선의 이름을 따라 소코트라암(Socotra Rock)으로 불린다. 이어도 해역은 우리나라로 북상하는 태풍의 길목으로서 해양기상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며 동중국해의 황금어장이다. 또한 연간 수십만 척의 선박이 통항하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 초기에는 운영 및 유지, 관리의 용이함을 확보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100km 이내 해역을 검토했다. 하지만 수심이 100m 정도로 깊어 기지 구조물 건설의 기술적 안정성 및 경제성 확보가 어려웠다. 반면 이어도 해역은 수심이 55m 정도이고, 이어도 암반 위에는 수심 40m 내외의 평탄한 지형이 있어 최적의 장소로 분석됐다. 육지의 영향을 받지 않고 태풍 등의 주요 해양기상 요소들을 더 빨리 관측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전설의 섬’으로 전해 오던 이어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 역시 작용했다. 8년 넘게 노력한 끝에 2003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과학기지인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이어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근래 이어도를 둘러싼 주변 여건에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어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 중국 정부가 “쑤옌자오(이어도의 중국명)가 한국의 영토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이어도에 대한 관할권 확장 의지를 나타냈다. 올해 3월 중국 정부가 이어도 해역이 중국의 정기 순찰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혀 양국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 관할권은 200해리 영역이 중복되는 경우 중간선을 채택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해양경계 획정과 관련된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어도는 중국의 영해 기점인 서산섬으로부터 287km 떨어져 있다. 따라서 중간선을 기준으로 할 때 이어도는 우리나라 EEZ 내의 상당 부분 안쪽에 위치해 명백한 우리나라의 관할 해역이다.

이어도 해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권리를 합리적으로 주장하려면 이어도 기지를 활용한 과학적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어도 기지 완공 이후 약 10년 동안 이어도 기지를 기반으로 한 여러 연구 성과와 자료들은 전 세계 학계에 이어도(Ieodo)를 알려 왔다. 일례로 이어도 해역의 해양생물에서 추출한 신물질의 이름에 ‘Ieodo’를 붙여 국제학회에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세계무대에 이어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가 해양으로 활동 영역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어도 기지는 순수 해양과학기지로서의 역할을 넘어 우리의 해양주권 수호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어 가고 있다. 이어도 기지의 존재로 많은 국민이 바다와 해양영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동중국해에 대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연구진이 이어도에 기지를 세우며 목표했던 해양과학기지의 역할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어도 기지 이후 2009년에는 가거초 기지가 추가로 건설됐고, 향후 독도 및 백령도 기지까지 완공되면 우리나라 주요 해역에 대한 해양과학기지 건설이 마무리된다. 해양과학기지들은 해양과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해양영토를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서 기능 및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민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심재설 한국해양연구원 기후·연안재해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