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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회의 선거 중립’ 鄭추기경 메시지 음미해야

입력 | 2012-04-04 03:00:00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이 부활절 메시지에서 4·11총선과 관련해 “교회는 공동체의 심각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거부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추기경의 메시지는 먼저 천주교회를 향한 것이다. 강우일 제주교구장이 이끄는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제주 해군기지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다. 신부가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으로 강론 시간을 채워 신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성당도 드물지 않았다.

지난해 8·24 전면 무상급식 찬반 서울시 주민투표와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서울 강남권 일부 대형교회에서 설교 시간에 한나라당 지지를 역설한 목사들이 있었다. 이 대통령 비판과 야당 지지 발언을 설교에 담는 진보 성향 목사도 적지 않다. 불교에도 개신교인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깔고 신도들에게 야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스님들이 있는가 하면 여야를 떠나 개인적 인연으로 누구를 찍으라고 말하는 스님들도 있다.

총선을 사흘 앞둔 8일은 부활절로 기독교의 축일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대거 개신교 교회나 천주교 성당을 찾아 한 표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전례를 보면 일부 목사나 신부는 ‘어느 후보가 인사차 왔다’는 식으로 언급하거나 그 후보를 일으켜 세워 인사를 시키는 식으로 도와준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과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달 28일 조계종 진제 스님 종정 추대 법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정치인들이 교회 성당 절의 행사를 챙기는 것은 순수한 신앙과는 거리가 먼 행위로 신도들의 눈에 좋게 비치지 않는다. 종교단체를 일반 이익단체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이 종교를 이용할 생각을 말아야 종교인도 정치와 거리를 둘 수 있다.

신도들도 일부 성직자의 정견(政見)에 흔들리지 말고 정 추기경의 메시지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우리나라의 미래와 행복에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헌법은 정교(政敎) 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가 종교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해야 하듯이 종교도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 종교의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 지지 행위가 공동체에 심각한 분열을 일으켜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정 추기경의 우려는 음미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