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0.9%포인트 차로 당선됐다. 2위인 이원희 후보가 33.3%를 득표했으나 간발의 차로 낙선했다. 곽 교육감이 좌파 단일후보로 나선 반면 우파에서는 6명이 나와 65.8%의 표가 흩어진 탓이다. 전면 무상급식, 평등교육 같은 좌파적 교육에 반대한 서울시민 중엔 “누구를 찍어야 비(非)전교조 교육감이 나오냐”며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4·11총선과 함께 치러질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모양이다. 좌파에서 최교진 전 전교조 충남지부장(노무현재단 대전충남지역위 공동대표)이 혼자 나선 반면 우파 후보로는 네 사람이 나섰다. 좌파 안에 경쟁자가 없는 최 후보는 “노무현 정신을 완성할 일곱 번째 진보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무현 교육’을 원하지 않는 학부모들도 있을 터다. 이대로라면 우파 표가 넷으로 갈리면서 좌파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우파 단일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300여 개 단체가 모인 ‘바른교육국민연합’이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로 단일 후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권은 엉뚱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 분열을 부채질했다. 우파 후보들은 매일 단일화를 논의하면서도 돌아서면 서로 공격했다. 선거운동에 들인 돈 때문에 못 접는다는 말이 나왔지만 보상할 방법이 없었다. 좌파는 단일화를 이뤄냈다. 사퇴 후보에 보상을 약속한 ‘후보 매수’가 드러났어도 곽노현 교육감은 선의(善意)라고 우겼다.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이 세종시 우파 후보들에게 “교육을 정치화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단일화하라”고 촉구했다. 진태화 전 충남체고 교장은 국제학교, 신정균 전 연기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세종과학영재고, 오광록 전 대전시교육감은 부강 마이스터고 전환, 임헌화 경희대 교수는 시립전문대 설립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세종시 30여 개 초중고교 1만2000여 학생들에게 어떤 미래를 준비시킬 것인지가 달려 있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보듯이 전교조 교육을 선호하는 학부모가 다수는 아니다. 세종시의 진태화 신정균 오광록 임헌화 후보는 서울의 경험을 보면서도 ‘내가 이길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교육감 자리를 또 전교조에 내주려는 모양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