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열정이 날 끌어당겨 치대 그만두고 의상학과로
학생들이 그에게 보내온 편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열정’이었다. 누가 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 보인다는 것. 간호섭 교수는 “성공스토리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열정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salt@donga.com
그는 “내가 글로벌 스타는 아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요즘 젊은층처럼 똑같이 불안한 시절을 보냈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앞길이 막막한 그 누군가들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간 교수를 아는 사람은 세 가지에 놀란다. 첫째, 피곤한 기색 없이 늘 에너지가 넘친다. 둘째, 잠깐 스친 사람들도 모조리 기억하고 밝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20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셋째, 끊임없이 새롭게 변신한다.
요즘은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멘토로 유명하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간 교수는 때로는 독설가로, 때로는 자상한 조언가로 활약한다. 그의 책에는 이처럼 패션 디자이너로서, 교수로서,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모습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하다.
간 교수는 “모든 일은 계획했던 게 아니라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며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우연이 필연이 되면서 예기치 않은 프로젝트들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이자 교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비록 부모님이 말려도 기어코 레이스 양말과 빨간색 샌들을 신고 유치원에 갈 만큼 못 말리는 패션광이었지만 엄격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여겼다. 실제 치과대학에 입학도 했다. 하지만 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어린 시절을 돌아보자 모든 것이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수렴돼 왔음을 깨달았다.
간 교수는 “남자가 패션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해서 기업에 들어가라고 했다”며 “하지만 한번 패션디자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자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새롭게 들어간 성균관대 의상학과에서 학점 4.33(4.5 만점)으로 우등생이 됐고, 석사를 받은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슬대에서도 3.93(4.0 만점)으로 최우수 졸업생상을 받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