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2명이 진단 처방화훼-과수농가에 큰 힘
충북대 식물종합병원장인 차재순 교수(오른쪽)가 제자들과 함께 진단의뢰가 들어온 꽃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꽃잎이 하얗게 변한 장미 화분을 꼼꼼히 살펴보던 차재순 병원장(53·식물의학과 교수)은 곰팡이 균에 의한 ‘흰가룻병’으로 진단하고, 제자들에게 처방전을 내렸다.
충북대 식물종합병원은 1992년 4월 식물의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의대 재학생들이 병원에서 경험을 쌓듯 식물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사례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시작했다. 식물을 키우는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치료법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차 교수는 “사람이 아프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가듯 식물도 아프면 전문가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상식을 바탕으로 주먹구구식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며 “교수들이 의기투합해 무료 병원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경기 용인에서 대규모로 앤슈리엄을 키우는 화훼농 김모 씨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잎 가장자리가 타들어 가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차 교수는 사진만으로는 제대로 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제자들과 현장으로 갔다. 잎과 토양 등 샘플을 채취하고 주변 환경과 재배시설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결과는 세균에 의한 ‘앤슈리엄 마름병’. 수년 전 미국 하와이의 앤슈리엄 농장을 초토화한 무서운 병이었다. 스프링클러의 관수 방식 개선과 격리 소각 등의 처방을 내렸고, 김 씨의 앤슈리엄은 몇 주 뒤 제 모습을 찾았다. 차 교수는 “원인을 몰라 상심하던 개인이나 화훼 농민이 ‘처방대로 했더니 잘 크고 있다’는 연락을 해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0년 147건, 지난해 39건을 처리했다. 1년 중 식목일이 있는 4월을 비롯해 봄에 의뢰 건수가 가장 많다. www.planthospital.org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