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스포츠레저부 기자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 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건 단장(團長) 몫이다. 8개 구단 단장은 올해 정규시즌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성적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지난해 하위권에 머문 팀의 단장들은 올해 4강 진출에 자신의 운명을 걸었다. LG와 한화는 지난해 공동 6위였다. LG는 9년 연속 가을잔치(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화도 2008년 이후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 시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LG 백순길 단장은 올해 ‘운영팀장’까지 겸임했다. 극히 이례적인 선택이다. 올 시즌 LG 구단의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보인 거다. LG는 지난해 시즌 막판 박종훈 감독이 경질됐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은 다른 팀으로 떠났다. 그러나 백 단장은 의연했다. 젊은 지도자 김기태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팀 고참 이병규에게는 “네가 받고 싶은 연봉을 말해보라”며 마음을 열게 했다.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 조작 파문으로 이름이 오르내렸을 때 “선수들을 믿는다”며 끝까지 감싸 안은 것도 그였다.
다른 하위권 팀 단장도 살신성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위 두산 김태룡 단장은 해외 전지훈련장에서 선수단의 일거수 일투족을 챙겼다. 8위 넥센 조태룡 단장은 김병현 영입과 광고 스폰서를 챙기느라 백방으로 뛰었다.
단장은 선수단의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단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올해 프로야구에 지난해 하위권 팀들의 ‘반란’을 기대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