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되면 남학생 내신 불리”학부모-동문 반대에 골머리
교육 전문가들은 남녀 수급 불균형을 미달 사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한다. 서울지역 자율고 26곳 가운데 19곳이 남고이고, 지역적으로도 몰려 있기 때문. 올해 미달된 자율고 8곳 가운데 7곳이 남고였다. 이 때문에 대광고의 경우 남녀공학 전환을 적극 검토했지만 최근 ‘보류’ 결정을 내렸다. 법인과 동창회의 반발이 이유다.
올해 정원을 채우지 못한 장훈고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훈고는 지난해 학급 수 감축을 건의했다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공학 전환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재단 방침에 따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학이 되면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율고가 너무 적다. 여학생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공학 전환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남고가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자율고 전반의 인기도 추락하고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율고에서 156명이 일반고로 전학을 갔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내신 50% 이내 성적에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중3 남학생이 전원 자율고에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경쟁률은 2 대 1에 불과하다. 정부가 공학 전환을 유도하거나 남고의 학급을 감축하지 않으면 미달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