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 출사표를 낸 문 고문이 청탁 논란에 휩싸였다. 유병태 전 금융감독원 국장은 부산저축은행이 경영난을 겪던 2003년 8월 문재인 민정수석으로부터 ‘대량 인출 사태가 생기면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나올 수 있으니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했다. 저축은행의 생사여탈권을 쥔 금감원이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산저축은행은 이후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문 고문이 대표변호사인 법무법인 부산이 부산의 저축은행 한 곳으로부터 50억 원대의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 고문은 ‘전화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청탁 전화는 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올해 2월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은 “즉각 나 전 의원과 김 판사를 수사해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전 의원의 19대 총선 예비후보 사퇴도 촉구했다. 나 전 의원은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검사와 통화를 한 정황이 드러나자 김 판사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전화를 한 것 같긴 하다”고 진술했다. 법조문은 달달 외울 문 고문과 김 판사가 왜 중요한 통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