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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휴대폰 속 ‘수원女’ 비명 듣고만 있었다

입력 | 2012-04-07 03:00:00

수원 성폭행신고 ‘1분20초 통화’ 해명도 거짓
4개 강력팀 다음날 늑장투입… 서장 대기발령




경기 수원시 주택가 20대 여성 피살사건 초동대처는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당시 숨진 여성과 112신고센터 간에 전화가 연결된 것은 경찰이 밝혔던 1분 20초가 아니라 총 7분 36초였던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여성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등 범행 현장의 급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됐지만 경찰은 안일하게 대처하다 살인을 막지 못했다. 특히 수사 지휘관은 사건이 발생한 날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문이 확대되자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찰청도 해당 지휘관들을 경질하고 대대적인 감찰에 들어갔다.

○ 경찰 전체가 통화 시간 거짓말

5일 경기경찰청이 숨진 A 씨(28·여)와 통화했다고 밝힌 1분 20초 이후에도 휴대전화는 6분 16초간 연결이 유지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 우모 씨(42·중국동포)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온 뒤 A 씨가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떨어진 뒤에도 꺼지지 않아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6분 16초 동안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와 “악, 악” 하는 비명소리가 그대로 전해진 것이다. 또 중간에는 테이프를 뜯거나 찢을 때 나는 소리도 들려왔다. 전화가 끊길 즈음에는 여성의 비명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응대를 하던 경찰은 여러 차례 “어디입니까, 주소가 어디입니까?”라고 묻기만을 반복했다. 경찰은 “차마 이런 내용까지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거짓말은 일선 경찰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경기경찰청 차원에서도 입을 맞춰 발표된 것으로 드러나 지방청 보고라인 역시 문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 수사 지휘관이 현장도 찾지 않아

1일 사건 발생 후 수사를 지휘한 수원중부경찰서 조남권 형사과장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 과장은 2일 자정 무렵 현장에 있던 강력팀장으로부터 ‘통신조회’를 위한 보고를 받고 처음 사건이 난 것을 알았지만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조 과장은 2일 오전 7시경 수원중부서에 출근했다가 오전 9시가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수원중부서는 이전까지는 주먹구구식으로 탐문하다 오전 8시 반경이 돼서야 팀별로 구역을 나눠 조직적으로 탐문에 나섰다. 더욱이 강력사건으로 판단했으면서도 지휘선상에 있는 경기경찰청에는 범인을 검거할 때까지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 112 출동지령에 핵심단서 ‘집안’ 빠뜨려… 경찰, 학교운동장 등 엉뚱한 곳서 헤매 ▼

2일 오전 2시 32분까지 수원중부서 강력 7개 팀 형사 35명 전원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발표한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 1개 팀 5명만 1일 오후 10시 53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2개 팀 10명은 3시간 30여 분 뒤인 오전 2시 32분, 나머지 4개 강력팀 20명은 오전 6시 50분에 각각 투입됐다.

▶ [채널A 영상]맞는 소리 들으면서도 반복해서 주소만 물어

채널A 뉴스 방송화면 캡쳐.

○ ‘집 안에 있다’는 지령도 빠뜨려

신고를 받은 경기경찰청 112신고센터는 중요 범죄로 판단하고 인근 파출소 순찰차와 수원중부서 형사기동대에 동시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성폭행, 못골놀이터 가기 전 지동초등학교 쪽, 긴급출동’이라는 내용이었다. 순찰차 두 대와 형사기동대 차량 한 대는 지시 1,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신고센터는 A 씨가 ‘집안에 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빠뜨렸다.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메모 형식으로 뜨는 수사지시 역시 ‘지동초등학교,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였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동초등학교 운동장과 기지국 주변 도로 등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다.

경찰은 A 씨가 분명히 신고 3번째 문답 만에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라고 밝혔는데도 수사 초기 대다수 형사들은 엉뚱하게도 못골놀이터 주변부터 수색을 시작했다. 경찰은 “A 씨가 처음에 ‘못골놀이터 전의 집’이라고 해 우선 그 주변을 수색하다 범위를 넓혔다”고 해명했다. 112신고 접수자가 신고 내용을 엉뚱하게 전달하는 바람에 초기 탐문조사가 엉뚱한 곳에서 이뤄진 셈이다.

○ 경찰 대대적인 문책


경찰청은 6일 이번 사건의 지휘책임을 물어 수원중부서 김평재 서장과 조남권 형사과장을 경기경찰청 경무과로 대기발령 조치했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도 이날 사과문을 발표해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응으로 국민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피해자와 유족과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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