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완주”… 지도부 침묵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김용민 후보(36)의 막말 파문이 커지고 4·11총선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6일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후보 사퇴론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세종시 후보인 이해찬 상임고문은 이날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후보의 일은 당의 도덕적 품위의 문제”라며 “사과하는 수준 갖고 안 된다면 빠르게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그 선거를 포기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후보를 보호하지 않겠다는 명쾌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고문은 또 “당의 입장이 애매하다. 당은 김 후보가 아니라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쾌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이 고문이 처음이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는 석고대죄하고 공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인 뒤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서울 송파을 후보인 천정배 의원 역시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후보 문제에 대해 민주당 나름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흘째 침묵으로 일관했다. 김 후보를 옹호하자니 역풍을 맞을까 두렵고, 버리자니 ‘나는 꼼수다’ 열성 지지층이 등을 돌릴까 염려되는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또 다른 고민은 나꼼수 청취자들을 중심으로 김 후보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젊은층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위터 등에서는 김 후보에 대한 옹호 여론이 비판 여론 못지않게 많고, 김 후보를 잘라내면 20, 30대 투표율 올리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당 관계자는 “나꼼수 딜레마에 갇힌 꼴”이라고 했다.
▼ 옆 지역구서도 “우리 표까지 날아간다” 아우성 ▼
1·15 민주당 전당대회 때 나꼼수는 경선후보 9명 중 4명(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박지원)만 선별 초청해 방송을 녹음하는 ‘힘’을 과시했다.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출 직후 나꼼수 핵심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이 수감된 홍성교도소에 대거 면회를 갔다. “나꼼수 2중대냐”란 비판이 상당했음에도 한 대표가 정 전 의원의 뜻에 따라 김 후보 공천을 강행했을 만큼 민주당의 나꼼수 의존은 심하다.
김 후보와 나꼼수를 함께 진행했던 김어준 씨는 5일 “우리는 끝까지 간다”며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라며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무리 젊은층을 고려한다 해도 중도층 표를 일거에 깎아먹을 수 있는 김 후보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이 더 큰 편이다. 당장 김 후보와 ‘노원구 야권단일후보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한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노원병) 측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도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우는 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쏠린 관심을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하 후보는 과거 ‘독도는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공인돼 있다’ 등의 발언을 남겼다”며 “최소한의 기준을 갖고 공천했어야 한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할 발언을 한 후보는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당내에선 “김 후보는 쏙 빼고 하 후보에게만 그런 말을 하면 도리어 일을 키울 뿐”이란 비판도 나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