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임란 전이건 후이건 유독 일본에 대해선 얕보는 의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인들은 당시 선조들이 일본의 국력과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전란을 미연에 막지 못한 것을 따갑게 비판한다. 일본이 한국보다 영토도 넓고 인구도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경제대국으로서 일본에 대한 인식은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로 국한된다. 과거의 일본에 대해선 한국에 문물(文物)이 한참 뒤처졌던 소국(小國)이라는 발상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착각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은 이미 군사상 세계 최강국이었다. 당시 일본이 보유한 조총은 50만 자루였다. 유럽 대륙이 보유한 전체 총기를 능가하는 수였다. 오랜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전투력 강한 정규군이 30만 명에 이르렀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투입된 병력은 그 절반인 15만 명이었다. 반면 조선의 정규군은 5만∼6만 명밖에 안됐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1000만도 채 안됐지만 일본은 그 배를 웃도는 2000만에 육박했다. 일본 인구가 한국을 따라잡은 것은 통일신라시대였다.
권재현 문화부 차장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