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아껴 부모 용돈 주던 효녀였는데…” 유족들 현장찾아 오열
“이모 찾았어?” “이모는 멀리 공부하러 갔어, 비행기 타고.” “에이, 거짓말.”
여섯 살짜리 딸은 아빠의 말을 믿지 못했다. 아빠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하니 그제야 “나도 비행기 타고 이모한테 가고 싶다”며 웃었다. 비명에 간 A 씨는 엄마나 다름없는 이모였고 말없이 부모의 카드 빚을 갚아주던 효녀였다.
▶ [채널A 영상] “내 딸 살해 당하는 동안 경찰은 순찰차서 졸고 있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인문계 대신 실업계 고교 진학을 권한 아버지의 뜻에 군소리 없이 따랐고 결혼한 언니 집에 얹혀살면서도 택시비 3000원을 아끼려 밤에도 버스로 퇴근하던 착한 딸이자 누나였다. 이렇게 아낀 돈은 부모 생활비와 어린 조카 용돈으로 아낌없이 쓰였다. 지난해 8월 고향인 군산에서 수원 언니 집으로 올라와 오산 직장에 다닐 때는 오전 5시에 일어나는 일을 거르지 않았다. 그는 1월 집 근처 전자 부품회사에 취직했다.
가족은 사건 당일 수색과 이후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태도에 가슴을 치고 있다. B 씨는 “넋이 나간 큰누나가 순찰차에 함께 타고 있었는데 앞에 앉은 경찰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며 “심지어 자기들끼리 ‘뭐 먹을까’라며 농담처럼 얘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족은 실종된 A 씨를 찾기 위해 경찰 대신 뛰어다녔다. A 씨의 아버지와 형부는 2일 오전 A 씨의 회사에서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고 A 씨가 전날 오후 10시에 퇴근한 사실을 경찰에 알려줬다.
A 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일부 경찰은 울고 있는 가족 앞에서 범행 현장의 참혹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가 하면 범인 검거 사실을 거론하며 “한 건 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빈소에는 장례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명의 경찰도 찾아오지 않았다.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8일 오전에야 전북 군산시의 A 씨 집을 찾아 부모에게 사과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