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엉뚱한곳 뒤질때…수원女,6시간이상 살아서…

입력 | 2012-04-09 03:00:00

수원 20대여성 피살사건 범인 “잠들었다가 5시 15분경 살해”
경기청장, 녹취 6일만에 파악




1일 오후 10시 30∼40분경 경기 수원에서 납치돼 살해된 20대 여성은 다음 날 오전 5시 15분경까지 6시간 반 이상 살아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경찰이 밤새 탐문 수색만 잘했으면 구출을 애타게 기다렸을 피해자를 살릴 수 있었던 셈이다. 유족은 분노를 표시하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경기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 A 씨(28·여)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구타를 당했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전체 7분 36초의 통화기록엔 신고 직후 범인이 방으로 들어오면서 피해자가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이후 6분 16초간 방 안에서 일어난 일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여기엔 A 씨의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악 악 악” 등의 비명소리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술에 취해 성관계를 가질 수 없었던 범인 우위안춘(吳元春·42) 씨는 이날 술이 깬 뒤 할 요량으로 청테이프로 A 씨의 손과 발을 결박하고 입을 테이프로 봉한 뒤 그대로 잠들었다. 이에 따라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떨어진 엉뚱한 놀이터를 뒤지고 있을 때에도 A 씨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우 씨는 경찰에서 “이튿날 오전 5시 15분경 휴대전화 알람이 울려 깬 뒤 A 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A 씨가 반항하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해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진술했다.

▶ [채널A 영상] “내 딸 살해당하는 동안 경찰은 순찰차서 졸고 있었다”

한편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감찰결과를 발표하면서 “112신고 접수 및 지령부터 현장출동 및 수색활동 모두 잘못됐다”며 “112신고센터를 총괄하는 생활안전과장(총경) 등 책임자 10명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 청장은 “나는 사건 발생 6일 만에야 전체 통화내용을 보고받았다”며 자신의 책임론은 비켜나갔다. 하지만 경기경찰청 차원의 조직적인 축소은폐 의혹이 여전하고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9일 오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