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안 아파… 조카 바보
그는 “출장을 가면 하루는 조카 선물을 사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며 “아이 옷이 너무 예뻐서 쇼핑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조카 사진만 보면 직장에서 쌓인 하루 피로가 모두 날아간다는 정 씨는 벌써부터 돌잔치 때 줄 ‘특별한 선물’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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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 남녀 33% “나는 조카바보”
동아일보와 SK마케팅앤컴퍼니가 2∼4일 25∼44세 미혼 남녀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3.4%가 스스로를 조카바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0.6%는 1년에 조카 선물로 10만∼30만 원을 썼다.
본보는 1년에 선물에 쓰는 금액을 기준으로 상위 20%(104명) 이상을 분석해 봤다. 이들 가운데 59.6%는 수시로 선물을 사줬고, 51.0%는 한 번에 5만∼10만 원어치의 선물을 샀다. 3분의 1 이상은 50만 원 이상의 의류나 유모차 등 고가의 선물을 준 적이 있었다. 10%는 조카 선물로 1년에 100만 원 이상 썼다. 이들은 “조카가 너무 예쁘고 귀여워서”(76.9%) “자녀가 없으니 대리만족이 느껴져서”(10.6%) 선물을 구입했다고 응답했다.
조카바보들은 대체로 소비 성향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60.6%는 쇼핑을 할 때 웬만하면 명품 또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고, 53.8%는 뮤지컬이나 공연을 찾아서 감상한다고 답했다. 49.0%는 “자신이 모임을 주도한다”고 답해 사회성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 유통업계 ‘큰손’ 된 조카바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0대 기혼 고객은 ‘블루독’이나 ‘캔키즈’ 같은 국내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30대 미혼은 버버리, 구치, 랄프로렌칠드런 등 수입 아동복을 선호한다”며 “아동복 매장에서 회원 가입을 하는 미혼 이모와 고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 30대 미혼 여성이 아동용 제품을 사는 데 쓴 금액은 2007년 94만9000원에서 작년 123만9000원으로 30.6% 증가했다. 백화점 측은 “최근 황금돼지띠(2007년), 백호랑이띠(2010년), 흑룡띠(2012년)가 이어지면서 이를 기념한 고가 선물 구매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카바보 ::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