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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몰아치기 체육

입력 | 2012-04-10 03:00:00


‘아웃라이어’의 저자 맬컴 글래드웰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기회’와 ‘노력’을 꼽았다. 좋은 기회를 만나 강인한 노력으로 성공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1만 시간을 투자했다. 빌 게이츠도, 비틀스도, 김연아도 그랬다. 1만 시간이라면 하루도 빠짐없이 3시간씩 연습한다고 했을 때 10년이다.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이다. 어떤 분야에서도 성취를 이루려면 단기간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이다.

▷우리 교육과정은 거꾸로 간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인 집중이수제는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를 11과목에서 8과목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해주고 수업 집중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여러 학기로 나눠 배우게 하던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일이 나타났다. 이 제도가 도입된 뒤 일선 학교에선 어떤 과목이 줄어들었을까. 국어 수학 영어는 그대로 남았다. 이 과목들은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수 대상이 되는 것은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이다.

▷대부분의 중고교는 1학년에 예체능 과목을 집중 배치해 한 학기에 끝내 버린다. 예컨대 1학년 1학기에 음악과 미술을 집중 이수하고 2학기에는 체육만 하는 식이다. 1학기에 음악을 집중 이수한 학생이 전학을 가면 2학기에 음악을 또 공부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학교에 따라 음악을 2학기 때 배우게 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미술 수업의 경우 한 시간 안에 작품 완성이 어려우므로 집중 이수가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학생들은 집중 수업이 끝나면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가장 피해가 돌아가는 과목은 체육이다. 청소년기에 신체 운동은 꾸준히 이뤄져야 하는데 한 학기에 몰아서 하고 ‘끝’이라면 문제가 많다. 지금 방식은 일주일 중 하루만 몇 시간을 강하게 운동한 뒤 나머지 6일 내내 운동을 멀리하는 것과 같다. 운동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의 명문학교 이튼스쿨은 오전에는 학과 수업만, 오후엔 스포츠만 하도록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사태를 계기로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며 체육 수업을 늘릴 것을 학교에 요청하고 있다. 체육 과목이라도 집중이수제에서 제외해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