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과정은 거꾸로 간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인 집중이수제는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를 11과목에서 8과목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경감해주고 수업 집중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여러 학기로 나눠 배우게 하던 과목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일이 나타났다. 이 제도가 도입된 뒤 일선 학교에선 어떤 과목이 줄어들었을까. 국어 수학 영어는 그대로 남았다. 이 과목들은 한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것이 불가능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수 대상이 되는 것은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이다.
▷대부분의 중고교는 1학년에 예체능 과목을 집중 배치해 한 학기에 끝내 버린다. 예컨대 1학년 1학기에 음악과 미술을 집중 이수하고 2학기에는 체육만 하는 식이다. 1학기에 음악을 집중 이수한 학생이 전학을 가면 2학기에 음악을 또 공부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학교에 따라 음악을 2학기 때 배우게 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미술 수업의 경우 한 시간 안에 작품 완성이 어려우므로 집중 이수가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학생들은 집중 수업이 끝나면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