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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읽는 고전]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입력 | 2012-04-11 03:00:00

民: 백성 민 無: 없을 무
信: 믿을 신 不: 아니 불
立: 설 립




정치는 백성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존재한다는 의미로, 정치가요 외교가로서 명성을 떨친 자공(子貢)이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의 기본에 대해 여쭙자 한 말이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 요소로 “식량을 충족시키는 것, 병기를 충분하게 하는 것, 백성들이 (군주를) 믿게 하는 것(足食足兵 民信之矣)”(논어 안연 편)을 꼽았다. 자공은 이 세 가지 중에서 우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주저 없이 병기라고 했다. 다시 공자에게 남아있는 것 중에서 또 무엇을 버리면 되느냐고 하자 식량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결코 버려서는 안 될 것으로서 백성들의 신뢰를 꼽은 것이다.

공자의 사상에서 ‘信’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인(仁)의 내용을 물었을 때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信)’ ‘영민함(敏)’ ‘은혜(惠)’ 등 다섯 가지 항목을 거론하면서 그 중심에 ‘信’을 두었으며 그 이유로 믿음이 있어야 사람들이 신임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자는 “충심과 믿음을 주로 하는(主忠信)”(안연 편) 것을 강조하고, “말에는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言必信)”(자로 편) 한다고 한 뒤, 군자의 네 가지 덕목을 말하면서 ‘의(義)’ ‘례(禮)’ ‘손(孫·겸손)’ ‘신(信)’을 꼽았던 것이다.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공자는 50세 이후 천하의 제후국들을 주유하며 절실하게 깨달았다. 군사력과 식량 같은 안보와 경제 등의 요소보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民草(민초)들의 신뢰라는 사실을 군주들 중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을. 청대 장병린(章炳麟)이 ‘혁명도덕설(革命道德說)’이란 글에서 “믿음을 백성의 보배로 삼아야(以信爲民寶)” 제대로 된 정치가 가능하다고 했던 것도 바로 공자의 ‘무신불립’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바야흐로 오늘은 선거일이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함에 어느 누가 백성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지 냉엄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하자.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