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이 친구들과 만든 경성고공 졸업 사진첩, ‘권영민 문학콘서트’서 첫 공개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한 이상이 조선인 졸업 동기 16명과 함께 찍은 졸업 기념사진. 얼굴은 굳어 있지만 정성스레 준비한 다양한 옷차림이 익살스럽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여자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점선 안)이 이상이다. 문학사상사 제공
사진첩은 이상을 포함한 동기 17명이 나눠 가졌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문학사상사가 보관하고 있는 한 권뿐이다. 이상의 졸업 동기인 원용석이 1980년대에 기증한 것이다. 이상의 75번째 기일인 17일 이 사진첩이 처음 공개된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열리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의 첫 회 ‘이상을 다시 만나다’에서다.
문학콘서트를 기획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김희영의 일기를 보면 이상이 직접 앨범을 만든 것으로 나와 있고, 사진첩 뒤의 주소록 필체도 이상의 것과 동일하다”며 “이상은 일일이 사진을 오려 붙이고 표지에도 글자와 함께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앨범 제작에 애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콘서트에서는 소설가 김연수가 ‘내 문학 속의 이상’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연수는 이과였던 고교 시절 이상의 ‘오감도’를 읽고 그 난해함에 매료돼 이상과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4년 등단 이후 이상의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장편 추리물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9년 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제33회 이상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첩 ‘추억의 가지가지’의 표지.(위) 아래는 미술 전시실에 서 있는 이상.
‘이상 시시비비(是是非非)’란 주제로 권 교수와 김연수, 문학평론가 함돈균, 안서현이 이상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가야금 연주자 이화영의 ‘한오백년―25현 가야금을 위한 변주곡’ 등 공연도 곁들인다.
권 교수는 “대중과 함께 수준 높은 인문학적 대화와 토론을 펼쳐 사회문화적 담론의 장에 인문학의 창조적 상상력과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문학콘서트를 시작한다”며 “매월 초대 손님들과 함께 문인 한 명을 집중 조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