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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트위터 王’ 이외수

입력 | 2012-04-11 03:00:0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소설가 이외수의 공통점은? 답은 MBC ‘무릎팍 도사’로 떴다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 안철수에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스토리가 있듯이 이외수에게는 블로그의 글을 모은 책 ‘하악하악’으로 오래간만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는 스토리가 있다. 성찰과 교훈이 담긴 잠언 같기도 하고, 톡 쏘는 유머와 따뜻한 감성까지 담긴 ‘촌철살인의 연금술’은 2009년 6월 트위터로 옮겨가면서 더 빛났다. 지난해 11월 3일 국내 최초로 팔로어 100만 명을 돌파해 ‘트위터 왕(王)’으로 등극한 이외수는 선언했다. “소외된 분들과 약자의 편이 되겠다.”

▷“악플 끝에 살인 나고 친플 끝에 정분 난다”던 그가 트위터 설화(舌禍)에 올랐다. 9일 “제가 살고 있는 강원도 중에서도 낙후된 접경지역, 철원 인제 양구 화천을 이끌어갈 새누리당 정치인 한기호 후보를 응원합니다”라고 트윗을 올리자 일부 트위터리안이 “어떤 이유에서든 새누리당 인물을 응원하거나 추천하는 따위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며 비난했다. 이외수의 대응은 점잖았다. “저도 소신이 있는 사람입니다” “거부감에 대한 심경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지역구 후보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우리 편’은 뭘 해도 옳은 반면 ‘상대편’은 뭘 하든 나쁘다는 진영논리로 들끓고 있다. 이집트에선 트위터가 민주혁명의 도구였는데 우리나라에선 ‘나와 다른 의견’을 용납지 않는 불통의 도구로 쓰이는 것 같다. 이외수가 민주당 후보들을 여러 명 추천하다가 새누리당은 겨우 한 명 추천했는데도 독선(獨善)에 빠진 트위터리안들이 난리를 친다. 트위터의 박수 소리에 취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번 선거부터 온라인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된 공직선거법이 적용된다. 투표를 독려하는 인증샷은 가능하지만 허위사실 유포는 물론이고 특정 후보 지지 같은 인증샷은 금지한다는 게 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이다. 트위터 개발자인 비즈 스톤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내면의 선(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진정성이 보이는 멋진 공약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알티(재전송)하겠다”는 이외수가 트위터를 ‘서로 돕는 도구’로 이끌고 갔으면 좋겠다. 그가 140자를 벗어난 진짜 소설을 안 쓰는 것은 안타깝지만.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