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그 당시 1990년대 중반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1위 대국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이지만 작은 일부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낭여행객을 모아 프랑스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 ‘8·15 광복절 행사’를 열었다. 이것이 한국 홍보의 시작이었다.
그때는 휴대전화나 인터넷이 없어서 사람들을 모으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야말로 입에서 입으로 배낭여행객에게 행사를 알리기 시작했고 ‘많이 모여 봐야 30여 명 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는데 무려 3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렇게 큰 애국가는 난생처음으로 들어봤다. 300여 명이 불렀지만 목소리는 3만 명이 부르는 것보다 훨씬 더 웅장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미 모든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아리랑을 합창했고 큰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도 했다. 나만 서러움을 겪었던 것이 아니었다. 여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을 잘 몰라 자존심이 많이 상했었던 것 같았다.
이때부터 나는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적인 유력지에 독도 동해 한글 한식 일본군위안부 아리랑 등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인에게 올바로 알리기 위해 광고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아직도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하고 있지 않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지리적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 땅인 독도에 관한 어이없는 발언 및 행동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부당함을 세계인에게 널리 알려 세계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비빔밥 아리랑 한국관광에 대한 영상광고를 올려 세계인의 눈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뉴욕 현대미술관,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 세계적인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유치하고 있으며, 이라크 레바논 등 전쟁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한국의 문화를 통해 세계인에게 평화의 메시지도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버킷 리스트’는 무엇일까? 두 가지가 있다. 세계 3억 인구가 시청한다는 미국 슈퍼볼 경기 쉬는 시간에 누구도 예상 못했던 대한민국 홍보 광고를 내고 싶다. 그야말로 깜짝쇼다. 그리고 죽기 전에 세계인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국가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전용 광고판’을 만들어 보고 싶다. 24시간 꺼지지 않는 전광판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인에게 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하여 전 세계인이 우리나라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세계 곳곳에서 세계인이 즐기는 그런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나의 마지막 꿈이다.
서경덕 한국 홍보 전문가·성신여대 객원교수